[사설] 당적 변경 유권자에게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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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10-16 00:00
입력 2002-10-16 00:00
대선이 가까워 오면서 정치권이 개인적인 유·불리만을 좇는 ‘철새들’의 몸짓으로 몹시 어지럽다.민주당 전용학,자민련 이완구 의원이 엊그제 한나라당에 입당한 데 이어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 6∼8명의 추가 탈당설이 나돌고 있어 정치권의 이합집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모양이다.대선 때만 되면 마치 고질병처럼 도지는 철새정치인들의 무원칙하고 무책임한 당적이동은 언제쯤이나 사라질지 참으로 답답하다.

문제는 의원들의 명분 없는 당적변경이 이제부터 본격화하는 데 있다.전·이 두 의원이 물꼬를 튼 만큼 그동안 좌고우면해왔던 의원들의 탈당이 러시를 이룰 판이다.한나라당 합류파뿐 아니라 정몽준 의원의 ‘국민통합 21’을 염두에 둔 민주당 반노(反盧)그룹 의원들의 움직임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아무리 우리의 정당간에는 이념이나 노선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고 하나 멋대로 당을 바꾸는 것은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미국과 같은 정치선진국에서는 당적변경이 몇년만에 한 건 있을까 말까 하는 생소한 일이지만,그나마유권자들과 충분한 토의를 거친 뒤 공개적으로 추진한다고 한다.국민을 두려워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기자들에게 밝힌 것처럼 ‘굳이 들어온다는 사람을 막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또 ‘과거지사에 얽매이지 않겠다.’는 그의 다짐도 정치통합의 차원에서 바람직한 측면도 없지 않다.그러나 이제 우리 정치인들도 ‘날갯짓’을 하기에 앞서 반드시 유권자의 의사를 묻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본다.민심은 아랑곳하지 않고 밀실에서 몇몇 측근들과 함께 눈앞의 이익만을 계산한 뒤 마음대로 당적을 바꾸는 것은 책임정치의 실종이자,우리 정치의 후진성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일 뿐이다.

지금 당장 의원들의 당적변경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고,또 그럴 필요도 없다고 본다.지역 주민과의 직접 대화를 하든지,그것이 어렵다면 의원들의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지역 신문 방송의 토론마당 등을 여론수렴의 장으로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2002-10-1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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