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히딩크 망령’ 빨리 떨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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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9-12 00:00
입력 2002-09-12 00:00
박 감독은 최근 협회 상층부의 심기를 자극하는 발언을 잇따라 터뜨렸고 협회는 이를 ‘항명’으로 간주해 징계 조치를 내리기에 이르렀다.겉으로 드러난 현상만 놓고 보면 갈등의 주요 원인은 연봉에 대한 이견과 기타 예우를 둘러싼 마찰 등 두 가지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연봉 문제는 박 감독이 이전 한국인 국가대표 감독 수준의 보수(연봉 1억5000만원)를 요구했으나 협회가 이를 거부한 데서 불거졌다.박 감독이 국가대표가 아닌 23세 이하팀 감독이라는 점이 거부의 변이었다.그러나 양측은 각각 “상대가 납득하기 어려운 액수를 제시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두번째 갈등 요인은 감독의 권위와 관련된 것이었다.지난 7일 남북통일축구경기 때 거스 히딩크 전 감독을 벤치에 앉힌 것이 결정적 빌미가 됐다.이와관련,박 감독은자신의 양해 없이 이같은 일이 강행됐다며 협회를 향해 직격탄을 퍼부었다.그러나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양자의 주장이 달라 진실의 소재는 오리무중이다.
그러나 이의 진실을 가리는 것보다 중요한 점은 협회가 첫 단추부터 잘못꿴 탓에 애초부터 갈등요인이 잉태됐고 그 저변에 히딩크의 망령이 도사리고 있음을 직시하는 일일 것이다.월드컵 이후 볼썽사나울 만큼 싫다는 히딩크에게 매달린 것도 그렇거니와 기약 없는 그의 복귀에 대비,새 감독을 선임하면서 역할을 23세 이하팀 지휘로 한정한 것이 문제였다.23세 이하가 출전하는 2004아테네올림픽 때까지 감독직을 맡긴다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의 장기간 공백 상태를 자초한 셈이다.
결국 박 감독은 히딩크의 망령에 시달리며 시한조차 정해지지 않은 과도기의 어정쩡한 감독 역할을 맡게 됐고 그로 인해 향후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가 열릴 경우 누가 지휘봉을 잡을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이 초래됐다.
따라서 이번 사태의 본질은 히딩크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 초래한 불협화음으로 정리할 수 있다.협회는 이제라도 “우린 히딩크 올 때까지 축구 안하나.”라는 국내 축구인들의 자조 섞인 푸념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다.
박해옥기자 hop@
2002-09-12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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