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산책]추석 극장가 배급사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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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9-04 00:00
입력 2002-09-04 00:00
추석 연휴를 한주일 앞둔 오는 13일,극장가는 국내 배급사들의 힘겨루기로 불꽃을 튀길 전망이다.
시네마서비스 CJ엔터테인먼트 코리아픽쳐스 등 이른바 ‘3대 메이저’들이 각각 한편씩의 한국영화를 개봉작으로 내세우고 목하 스크린 확보전에 한창이다.
이날 첫선을 보일 한국영화는 김정은·정준호 주연의 코미디 ‘가문의 영광’(시네마서비스),임은경 주연의 SF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CJ엔터테인먼트),이은주·차태현 주연의 ‘연애소설’(코리아픽쳐스)등 3편이다.
시사회 전부터 시네마서비스는 ‘가문의 영광’의 개봉관 스크린을 전국에 150여개나 잠정 확보해뒀다.9일 첫 시사를 하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CJ엔터테인먼트의 하반기 최고 야심작.당초 예고편 프린트 200벌을 만들기로 했다가 급히 350벌로 늘리는 등 기선잡기에 나섰다.배급력이 열세인 코리아픽쳐스는 ‘연애소설’의 승부처를 단순히 스크린 늘리기에 걸지 않을 전략이다.“안정적 수준의 좌석을 확보해 점유율을 높이는 작전을 구사할 것”이라는 게 관계자의 귀띔.
막강 배급사들의 움직임에 영화가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극장가에서 연중 최고의 황금시장으로 꼽히는 추석연휴를 노려 한국영화가 3편이나 한꺼번에 정면대결한 사례는 없었다.
‘가문의 영광’을 제작한 태원엔터테인먼트 홍보팀의 어지연 실장은 “몇해전까지만 해도 연휴시즌에 한국영화들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피하기에 급급했던데다 국산끼리는 개봉일을 겹치지 않는 게 암묵적 관행이었다.”면서“그러나 이젠 한국영화들이 당당히 전면에 나서 진검승부를 가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추석연휴를 겨냥해 개봉하는 할리우드 직배영화는 폭스코리아의‘로드 투 퍼디션’뿐.와중에 기선제압을 노리고 이번 주말 개봉하는 국산코미디 ‘보스상륙작전’(배급 A라인)은 국내 영화사상 최다 스크린(전국 220개)을 잡았다고 자랑이다.
배급사들의 전면전이 한국영화의 자신감을 상징한다면 흐뭇한 일일 수도 있다.문제는 관객이다.
영화계 일각에서 “힘있는 배급사들의 몇몇 영화들이 개봉관을 장악하면 다양한 볼권리는 어디서 찾겠느냐?”는 자성이 터져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황수정기자 sjh@
2002-09-04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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