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歸路의 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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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8-05 00:00
입력 2002-08-05 00:00
달은 소시적부터 우리에게 친근하게 다가왔다.오누이 가운데 씩씩한 오빠는 해가 되고,가냘픈 누이는 달이 되어서 그런지,늘 애상의 대상물이었다.‘푸른 하늘 은하수’로 시작되는 반달이라는 동요도 이에 걸맞게 단조다.
그 애잔한 반달을 가슴 절절하게 그린 것은 황진이 아닌가 싶다.‘誰斷崑山玉 裁成織女梳 牽牛離別後 愁擲碧空虛(누가 곤륜산의 옥을 잘라 직녀의 머리빗을 만들었는가.견우가 한번 떠나간 뒤에 수심에 싸여 푸른 창공에 던져두었네.)’반달을 직녀의 옥빗에 비유한 기발한 착상의 한시다.사랑하는 견우를 위해 일년에 한번 칠석날 빗던 옥빗을 허공에 던져버린 것이라고 표현한 그 천재성이 놀랍다.예나 지금이나 표현의 방식에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사랑의 본질은 마찬가지 아닐는지.
양승현 논설위원
2002-08-0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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