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진로 싸고 내홍조짐 안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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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6-16 00:00
입력 2002-06-16 00:00
지난번 대선후보 국민경선에서 이인제(李仁濟·IJ) 전 상임고문을 지지했던 의원등 비주류측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사퇴와 제3후보 영입,재창당을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나선 반면,노 후보측을 비롯한 당권파는 이를 일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교체론= 중부권 출신 의원 등 비주류측은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한 정몽준(鄭夢準) 의원과 한국미래연합 박근혜(朴槿惠) 대표 등의 영입 및 신당창당을 통한 정계개편을 주장했다.지방선거에서 ‘노풍(盧風)’이 거품으로 확인된 만큼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논리다.
이 전 고문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김기재(金杞載) 의원은 “당이 철저하게 파괴됐으니 새 집을 지을 호기(好機)”라면서 “정몽준,박근혜 의원 같은 젊은 주역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어 “노 후보의 지지도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에게 밀리고 있다.”면서 “(노후보는) 자기가 유일한 대안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석찬(宋錫贊) 의원도 “이번 선거는 민주당 간판을 내리라는 경고”라면서 “지난 국민경선에 나왔던 사람들은 이미 당원과 국민의 심판을 받은 만큼,제3의 세력을 중심으로 국민적 신당을 창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송훈석(宋勳錫) 의원은“한나라당 외의 모든 세력을 한데 묶어 새로 창당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주류측 반발= 한화갑(韓和甲) 대표 등 당권파는 “대안도 없는 상태에서 당의 분열을 재촉하는 무책임한 주장”이라며 반박했다.대신 이번 기회에 후보 재신임을 확실히 물어,더 이상 잡음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원길(金元吉) 사무총장은 “후보 재신임 절차는 밟아야겠지만 대안이 없다.”고 주장했다.문희상(文喜相) 최고위원은 “누가 누구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냐.”며 논할 가치조차 없다고 강조했다.한 관계자는 “당헌·당규의 개정을 통해 당정분리를 도입해 놓고선,이제와서 대통령후보에게 선거 패배의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전망= 후보 교체론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8·8재·보선을 두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서 새로운 인물을 영입하거나 신당을 창당한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더욱이 노무현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된 지 두 달도 안된 상황에서 후보를 교체한다는 것이 무리일 뿐 아니라,노 후보를 능가할 만한 대안을 찾기도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후보 교체론에 무게가 실릴 경우,민주당은 분열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후보 교체론 및 신당 창당을 주장하는 비주류측과 자민련,한미연 등으로 구성된 ‘제3신당’의 등장 등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도 생각해 볼 수 있다.
홍원상기자 wshong@
■재신임 계파 입장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의 재신임 시기와 방법은 지방선거 참패 이후 민주당의 진로를 결정할 핵심 사안이다.
재신임 문제가 어떻게 결론이 나느냐에 따라 정계개편의 정도와 방향이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선 노 후보 진영은 구체적 재신임 방법과시기 등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캠프측 인사들에게는 “개인적인 의견도 입 밖에 내지 말라.”고 ‘함구령’이 내려졌다.노 후보는 17일로 예정된 당무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을 방침이다.
쇄신파 의원들은 전당대회를 통한 재신임안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쇄신파의 한 의원은 15일 “재신임 문제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당의 미래는 없다.”면서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노 후보 재신임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고 말했다.이인제(李仁濟) 전 상임고문 주변 인사들은 ‘제3후보론’등을 흘리며 은근히 후보 교체를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교동계는 당무위 등에서 재신임 문제를 해결,하루라도 빨리 노 후보 중심으로 당을 개편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이훈평(李訓平) 의원은 “국민경선으로 뽑은 후보를 어떻게 바꾸느냐.”면서 “노 후보를 중심으로 빨리 뭉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설훈(薛勳) 의원은 “뻔한 얘기로 당력을 소진할 필요가 없고 당무위 등에서 해결하면 된다.”면서 “‘노무현 총재’ 체제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계파들이 제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노 후보 재신임 문제가 이른 시일 안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민주당의 ‘표류’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영우기자 anselmus@
2002-06-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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