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피플] 박순종 미국팀 서포터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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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6-08 00:00
입력 2002-06-08 00:00
***“美 선수들에 한국情 전할것”

“한국인의 넉넉한 인심과 넓은 아량을 세계에 보여 주겠습니다.”

10일 대구에서 열릴 한·미전을 앞두고 미국팀 서포터스를 이끌고 있는 박순종(사진·朴淳鍾·52·전 대구남구의회 의장) 단장은 “국경을 넘어 미국팀에 한국인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어 주겠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10일 대구 월드컵경기장에서 대구 남구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600여명의 서포터스를 이끌고 미국 응원단과 함께 미국팀 응원에 나서게 된다.“밉든 곱든제 집 찾아 온 손님은 대접 잘해서 돌려 보내는 게 우리의 미풍양속 아닙니까.”

박씨는 월드컵을 앞두고 ‘미운 자식 떡하나 더준다.’는 속담을 떠올리며 기꺼이 미국팀 서포터스를 맡았다.미군부대가 위치해 헬기장 소음 등 끊이지 않는 미군관련 민원으로 남구는 대구에서도 반미감정이 가장 높은 곳.

남구 주민들을 대상으로 미국팀 서포터스를 모집하자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시민모임 등 지역 시민단체들이 ‘왜 하필이면 미국이냐.’며 크게 반발,진통을 겪었던 곳이다.

더구나 월드컵 분위기 조성을 위해 대구시가 남구거리에 내걸었던 성조기를 누군가 훼손하는 바람에 이를 모두 수거하는 소동을 겪기도 했다.

박 단장은 구의원과 남구의회 의장으로 있을 때는 주민들과 함께 미군부대 헬기소음 피해 보상과 미군부대 이전을 끈질기게 요구했던 인물.

특히 지난해 시민단체 등과 연대해 미군기지 반환 대구시민 10만명 서명운동을 주도하기도 했다.

“오노선수가 김동성선수의 금메달을 강탈해 갈 때는 분하고 억울해 저도 밤잠을 설쳤습니다.”

그러나 박 단장은 월드컵이 다가오자 미국팀 서포터스 구성을 반대하는 시민단체와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섰다.

“미국에 대한 섭섭한 감정이야 저라고 없겠습니까.하지만 잔치를 벌여놓고 손님을 푸대접할 수야 없는것 아닙니까.”

박 단장은 조만간 미국팀이 대구에 도착하면 서포터스를 이끌고 환영행사를 열어주고 미국 관광객들에게 경기장 안내도 해줄 계획이다.

골프용품 수출업체를 경영하고 있는 박 단장은 “세계시장을 뛰어다니다 보면 아직한국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곳이 수두룩하다.”면서 “이번 기회에 한국인의 따듯한 마음과 넉넉한 인심을 세계에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박 단장은 한국팀의 16강 진출 여부가 걸린 한·미전의 성패에 대해서는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대구 황경근기자 kkhwang@
2002-06-0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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