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투명하지 못한 SK텔레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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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5-24 00:00
입력 2002-05-24 00:00
지난 18일 SK텔레콤이 5%의 KT 지분을 청약했을 때만 해도 ‘상도(商道)를 벗어난 행위’ ‘전형적인 뒤통수 치기’ ‘사기극’이라는 말이 나돌았다.이같은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SK텔레콤은 지난 21일 교환사채(EB) 1.79%를 제3자에게 넘기겠다고 발표했다.최태원(崔泰源) SK 회장도 22일 한 강의에서 “KT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참여한 것이 아니다.”면서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SK텔레콤의 그간 언행을 감안하면 이 문제가 언제 다시 불거질지는 모를 일이다.
SK텔레콤은 KT 지분참여에 부정적으로 일관해 왔다.경영권 인수도 어려운데 수천억원,수조원을 쏟아부으면 주주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는 논리였다.삼성과 LG가 KT 지분참여규모를 밝힌 상황에서 이같은 SK텔레콤의 설명은 진실해보였다.
그러나 행동은 달랐다.SK텔레콤은 자사 통신사업의 ‘방어’를 위해 청약하게 됐다고 말을 뒤집었다.그러면서 “KT가 보유한 SK텔레콤의 지분(9.27%)만큼만매입하겠다.”고 했다.정작 이틀 뒤에는 EB마저 모두 배정받아 식언했다.
SK텔레콤은 지금까지 ‘방어’라는 단어를 강조하며 해명에 나서고 있다.삼성과 LG가 예상보다 적게 참여한 상황에서 나머지 물량이 특정기업에 돌아가면 자신의 이동통신사업이 위협받는다는 주장이다.
SK텔레콤의 말바꾸기 전례는 또 있다.지난 2000년말 당시안병엽(安炳燁) 정보통신부장관은 IMT-2000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SK텔레콤이 비동기식으로 신청하자 사석에서 “SK텔레콤이 동기식으로 간다고 해 기술표준도 자율화해 줬는데….SK텔레콤에 속았다.”며 불쾌감을 털어놓은 적이 있다.
SK텔레콤이 KT의 지분을 인수하거나 비동기식 방식을 채택하는 것은 고유의 경영활동이다.문제는 신뢰다.
자금력으로 KT의 지분을 인수할 수는 있다.하지만 손바닥 뒤집 듯 말을 바꿔서는 주주,고객,나아가 국민의 신뢰를얻지는 못한다는 점을 SK텔레콤은 알았으면 한다.
강충식 산업팀기자 chungsik@
2002-05-2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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