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전소·유적지등 상징그림 제각각, 이미지 표준화 예산낭비 수천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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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5-08 00:00
입력 2002-05-08 00:00
‘언제까지 뒷북만 쳐야 하나.’

월드컵을 맞아 세계인의 한국방문 러시가 초읽기에 들어섰지만 문화유적지·교통표지판·환전소 등지의 공공안내그림표지(상징그림)가 기관마다 달리 설치돼 외국 관광객의 큰혼란이 우려된다.

이 문제는 월드컵을 앞두고 일본이 3년 전에 공동제작을 제안하는 등 수년 전부터 제기됐으나 부처 및 기관간의 협조미비로 실태조사조차 못하고 있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서야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 ‘뒷북 행정’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냈다.특히 관광관련 전문가들은 기관별로 무분별하게설치된 안내판을 교체하는데 최소한 수천억원의 예산을 써야 할 것으로 추정,국민의 혈세낭비는 불가피해졌다.

♣허울뿐인 월드컵 손님맞이=감사원은 지난해 관광시책 특별감사에서 문화관광부가 추진중인 ‘관광안내체계 개선사업’이 산업자원부의 ‘상징그림 표준화사업’과 달리 추진돼 통합이 시급하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감사원은 월드컵조직위원회 등 6개 기관이 개발,사용하거나 개발중인 공공안내 상징그림 79종 432개를 표본 조사한 결과,68종에 311개(72%)가 안내그림·색상·표기방법·크기가서로 달라 혼란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부산아시아경기대회조직위의 경우 경기장 시설물 및 경기관련 상징그림을 월드컵 관련 상징그림과는 별도로 개발,월드컵이 끝난 뒤 3개월만인 9월 아시안게임을 위해 다시 교체해야 돼 예산낭비 우려가 있었다.

서울시 등 지자체들도 표준화기준 없이 각종 안내 상징그림을 무분별하게 제작,화장실의 경우 무려 30여개가 내용을 달리해 설치돼 있는 실정이었다.

또 철도청은 자체적으로 공중전화 등 철도이용 관련 상징그림 60개를 개발,600여개의 철도 역사에 사용하고 있었다.철도청은 지난해 이를 위해 29억 8960만원의 예산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감사원 관계자는 “산자부는 산업 측면,문화부는 관광 측면을 우선시해 이같은 혼란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표준화 작업,시작은 했지만=산자부 산하 기술표준원이 주축이 돼 지난해 말부터 상징그림 표준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표준화 작업은 국가표준기본법을 기초로 2004년까지 1단계로 250여개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우선 코앞에 닥친 월드컵에 맞춰 100개 통일안을 만들어 10개 월드컵 개최도시의 축구경기장 내부시설과 철도이용 관련 상징그림의 일부를 교체중이다.그러나 개발한 상징그림을 전국적으로 설치하는데는 최소한 1년반 정도 검정 절차를 거쳐야 해 빨라야 1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서울시 등 일부기관의 경우 산자부의 표준화사업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어 합의안 도출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서울지하철의 경우 1기와 2기 지하철,철도청의 안내판이 서로다르고,최근 서울시에서 만든 통일 안내판도 산자부의 안과다르지만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관광관련 단체 관계자는 “월드컵은 이미 늦었지만 다음 국제대회 준비차원에서라도 차제에 완벽한 마무리가 되도록 정부 각 기관이 협조하고,예산도 순조롭게 지원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기홍기자 hong@
2002-05-08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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