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문화재들 “진정한 문화재로 대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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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3-27 00:00
입력 2002-03-27 00:00
■각종 제도 싸고 문화재청과 갈등.

최근 문화재청과 인간문화재들이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

인간문화재에 대한 문화재청 서기관의 모욕적인 편지,인간문화재 호칭,전승지원금 지급,명예보유자 전환 문제 등이 갈등의 굵직한 이름들이다.

지난 1월18일 인간문화재 100여명이 총사퇴선언을 하는 사건이 있었다.문화재청 무형문화재과 차모 서기관이 허길량(49) 목조각장 인간문화재에게 “당신은 인간 말종이다.무릎꿇고 사죄하지 않으면 당신을 공예계에서 매장시키겠다.”는욕설이 담긴 편지를 보내 인간문화재들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인간문화재들은 “그동안 문화재청 관료들이 얼마나 인간문화재를 경시하고 군림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며문화재청을 비난했다.파문이 커지자 문화재청은 서둘러 차모 서기관을 다른 부서에 인사발령을 내는 등의 조치로 사태를 진정시켰다.

이 문제에 앞서 인간문화재들은 문화재청 관리대장에 ‘무형문화재 기·예능보유자’로 올라 있는 호칭에도 큰 거부감을 표시한다.

한국중요무형문화재총연합회 김석명 회장(63)은 “‘보유자’란 단순히 ‘가진 자’를 의미하고,여기에 기·예능을 붙여 전통적으로 천한 기·예능을 가진 사람들이란 뜻으로 쓰였다.”며 “이미 일반 국민이나 언론 등에서 통용되는 ‘인간문화재’로 공식 명칭을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문화재에 지급되는 전승지원금 지급방식이 2000년 이후 바뀐 것에 대해서도 불만이 일고 있다.개인·단체 종목에관계 없이 매월 1인당 90만원씩 지급하던 것을 2000년부터단체종목의 경우 단체에 일괄지급하고 있기 때문.이 때문에지원금 분배문제로 단체 소속원들간 갈등까지 빚고 있다.

단체 소속 인간문화재들은 “개인적 능력과 잠재력을 무시한 처사”라며 “기존에 주어지던 단체운영비를 올려주면 될 것을 인간문화재들에게 부담을 떠넘긴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명예보유자’제도는 대상자가 최종 선정되기도 전에 갈등만 부추기고 있다.고령과 질병 등으로 전수활동을 할 수 없는 인간문화재에게 원로로서 자문과 조언의 역할을 맡긴다는 게 이 제도의 취지다.

그러나 문화재청이 내부적으로 정한 명예보유자 전환대상에 대해 인간문화재들은 “충분히 활동을 할 수 있는 분은 포함되고,활동이 어려운 분이 제외됐다.”며 “심사기준이 모호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들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정하는 보유자의 경우 명예보유자 제도가 없을 뿐만 아니라 전승지원비도 개인·단체 종목에 관계없이 개인에게 지급하고 있다.”며 “전통문화를발전·계승시켜야할 문화재청이 앞장서 인간문화재들을 홀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에 대해 문화재청 이용학 무형문화재과장은 “‘인간문화재’란 호칭으로 국민적 합의가 도출될 경우개선을 검토해볼 수 있는 문제”라며 “그러나 현재로선 호칭을 개선할 계획이 없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명예보유자제의 경우 현재 내부적으로 대상을 정해 놓았지만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만큼 보다 면밀한 심사를 거쳐 억울한 사람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임창용기자 sdragon@
2002-03-2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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