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낙하산 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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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3-25 00:00
입력 2002-03-25 00:00
대통령이 봐줄 수 있는 자리가 2000개쯤 된다는 말이 있다.장·차관이나 국책은행장,주요 공기업의 사장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다.이보다는 비중이 떨어지지만 챙겨줄 수 있는 곳도 의외로 적지 않다고 한다.하지만 실제로 2000개쯤 되는 자리를 모두 챙겨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중요한 자리 외에는 대통령이 직접 관여하지도 않을 것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별로 달라지지는 않았지만,김영삼(金泳三) 대통령 시절에는 장관이 자주 바뀌었다.다른 비중있는 자리도 비슷했다.그래서 당시 시중에는 “대통령이 되면봐주겠다고 약속했던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인사를 자주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았다.잦은 인사로 ‘낙하산’으로 공기업 등에 내려간 측근 등이 적지 않았던 탓에 이런 믿거나 말거나 식의 말이 나온 것 같다.

요즘에도 낙하산 시비는 끝이 없다.주로 정치인이나 관료,금융감독원 출신 등이 낙하산을 애용한다.해당 기관의 노동조합은 거의 예외없이 외부인사가 오면 낙하산이라는 딱지를 붙이고,출근 저지투쟁도 벌이는 등 반대하는 게관례로 돼 있다.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과거에는 주로 옛 재무부 출신들이 은행장이나 금융회사의 사장으로 낙하산을타고 내려갈 때 노조가 반대하면,주로 임금을 올려주는 등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증권거래소 노동조합은 박창배(朴昌培) 이사장의 임기가다음달 7일 끝나는 것과 관련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인기투표를 했다.본인의 뜻과는 관계없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7명의 후보중 이정재(李晶載) 전 재정경제부 차관이 압도적으로 1위에 올랐다.2위는 엄락용(嚴洛鎔) 전 재경부 차관이었다.내부출신의 인기는 좋지 않았다.대체로 외부출신보다 내부출신을 선호하는 성향과는 다른 결과가 나온 셈이다.낙하산이면 무조건 반대부터 하는 풍토에서 보면 이례적이다.주가지수선물을 부산의 선물거래소로 넘기는 것을막으려면,영향력도 있고 주식시장도 아는 재경부 출신이좋다고 판단한 듯하다.



시대가 변하는 데 따라 노조도 바뀌어야 한다.무조건적인 반대나 감정이 섞인 대응만이 능사는 아니다.전문성이나능력 등은 따지지도 않고 외부에서 오면 무조건 낙하산이라고 반대하는 이기주의적인 행태도 이제는 없어져야 할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낙하산 거부를 통해 반대급부를 얻어내려는 ‘잔꾀’는 정도(正道)가 아닌 듯하다.

[곽태헌 논설위원 tiger@
2002-03-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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