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길섶에서] 한쪽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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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3-04 00:00
입력 2002-03-04 00:00
가톨릭 사제이자 화가인 조광호 신부의 ‘얼굴’ 연작전이서울시내 한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주로 흑백으로 그린 수많은 얼굴 가운데 전시장 초입에 걸린 안경 낀 중년 남자의모습이 유독 눈길을 끌었다.굵은 테의 안경알 너머로 한 쪽눈만 그려져 있고 다른 한 쪽은 눈이 그려져 있지 않았다.그렇다고 애꾸 눈을 그린 것 같지는 않다.국어대사전의 한 쪽을 찢어 캔버스를 대신한 그림의 화제(畵題)는 ‘한 쪽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늘 어지러웠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 ‘한 쪽 눈의 사내’에 관해 이런 작품 설명을달아 놓았다.“총을 쏠 때는 목표물을 정확히 겨냥하기 위해 한 쪽 눈을 감는다./사물의 위치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서는 두 눈으로 보아야 한다.(중략)” 요즘 진보·보수 등 남남 갈등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는 멀쩡하게 두 눈이 있는 사람도 ‘한쪽 눈’으로만 상대방을 보려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상대를 조준해 쓰러뜨려야 할 적(敵)처럼 보는 것이다.두 눈으로 원근을 구분하면서,서로의눈망울을 바라보자.

이경형 논설실장
2002-03-04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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