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경선 이것이 변수] 기호③ 정동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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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3-02 00:00
입력 2002-03-02 00:00
정 후보는 대선출마의 뜻을 처음 밝혔을 때 ‘돌풍론’을 주장하며 ‘태풍론’을 내세운 데 이어,최근에는 ‘3단계 태풍론’을 주창하고 있다. 즉 민주당 전당대회일인 4월27일 1단계 태풍이 불어 정동영이 대선후보가 되면, 6월 지방선거에 다시 태풍이 불고, 그 태풍은 12월 대선의 승리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정 후보가 ‘바람’을 강조하는 배경에는 다른 경선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는 높은 인지도와 뛰어난 대중연설을 바탕에 깔고 있다. 즉 대중적 지지와 능수능란한 언변을 무기로 두 달여에 걸쳐 전국 16개 시도를 돌면,‘정동영 붐’이 일어날 것이고,이 기세를 살리면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정 후보의 이같은 전략이 당내 경선 및 대선에서 실효를 거둘지는 현재로선 미지수다.
우선 정 후보의 높은 지지도가 ‘거품’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오랜 기간 TV뉴스 앵커와 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면서 쌓아온 좋은 이미지와 말솜씨 때문에 ‘인지도’만 높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정 후보는 대중 지지도에 비해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하다.올해 초 실시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는 20∼30%대의 높은 지지율을 획득한 반면, 비슷한 시기에 대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2.9%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국정운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것도 단점이다.오 랜기간 방송기자 생활을 한 그가 정치에 입문한 후 당 대변인을 제외하곤 실무경험을 쌓지 못했기 때문에 경선을 통해 검증을 거치면 거품이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여론조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서도 정 후보 밑에 당내 의원들의 세(勢)가 형성되지 못하는 것도 능력과 자질을 검증받지 못한 탓이다.
경선 레이스를 앞둔 후보로서 조직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도 받고있다. 한 대선후보측 관계자는 “정 후보는 주변 사람들을 잘 관리하지 못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도자의 덕목 가운데 첫번째로 꼽히는 포용력도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다른 한 후보측에선 “”정후보가 '단기필마(單騎匹馬)론'을 주장하는 것도 조직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홍원상기자 wshong@
■ '무늬만 개혁'논란.
정동영 후보는 경선초반 ‘무늬만 개혁’이라는 지적에 시달리고 있다.경제,남북문제 등 주요정책에서 대외적인 개혁이미지에 비해서는 다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론 특검제 상설화를 반대하고, 대기업집단지정제나 총액출자제한제를 궁극적으로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 등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평이다. 재벌의 은행소유지분 10% 확대 등 친(親)재벌적 이미지마저 있는 것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 경선전이 가열되면 이념적 정체성 논란에 시달릴 가능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데 있다. 실제 그는 대선후보 경선출마를 선언한 뒤 신문과 방송 인터뷰,TV 토론을 통해 “정책면에서 의외로 보수색채가 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TV 토론 등에서 2000년 최고위원 경선 때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고문으로부터 지원을 받고, 고교생 아들을 미국에 조기유학 보낸 문제 등으로 “이미지는 개혁적이지만 실제 생활이나 행동은 개혁성과 다소 거리가 있다.”는 공격을 자주 받고 있다.
이에 정 후보는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다.국가와 사회를 개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신중하고 안정감있는 개혁을 해야 저항이 적다는 논리다.
이춘규기자 taein@
2002-03-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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