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국회의 파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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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2-27 00:00
입력 2002-02-27 00:00
비난조의 질책으로 얘기를 풀어나갈 생각은 없다.그래도국민을 대표하는 정당과 국회의원들의 일이기 때문이다.분명히 말하건대 지금 정치권은 국회를 잘 운영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대권경쟁에 골몰한 마당에 국회를 열어보았자대통령 친인척 비리나 야당 총재의 과거가 들추어지는 것이 서로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그래서 욕을 먹더라도 파행이라는 ‘국회 파업’을 선택한 것이 아닐까.

이만섭(李萬燮) 국회의장은 “국민들 사이에서 국회 무용론이 나오고 있다.”면서 “국회를 없애고 의사당 자리에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국회가25일 가까스로 문을 열었으나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의 유감발언 표현을 놓고 옥신각신하다가 불과 10분만에 판을 뒤엎고 만 뒤 나온 이 의장의 말이었다.이 의장은 직선적인 성격과 발언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이다.그렇지만 아무리 푸념이라고 할지라도 국회의장이 ‘국회 무용론’까지 들먹인다는 것이 어쩐지 씁쓰레하다.

파행의 빌미를 제공했던 민주당 송석찬(宋錫贊)의원의미국 대통령을 겨냥한 ‘악의 화신’이라는 발언과 한나라당의 깡패 같은 발언저지 행동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는 못할망정 또다시 말꼬리를 잡는 행태를 되풀이했다.국회가제 몫을 못한다거나 그런 국회를 국민들이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지금 철도와 발전 등 국가기간산업의 파업으로 국민들의 불만이 상상 이상으로 고조돼 있다.서울을 지키는 수도방위사령부가 자기 부대도지키지 못하고 소총 2정을 탈취당하는 일도 벌어졌다.남북 설맞이 공동행사 방북허가와 관련해 ‘남남갈등’이 고개를 들 조짐도 보인다.국회에는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을 위한 관련법들이 계류돼 있다.그런데도 국회는 당면한 민생을 해결하려 하기보다 오히려 국민들을 짜증나게 한다.

국회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

적절한 비유는 아닐지 몰라도 일본의 국회의원들은 지난해 경제가 어렵자 자진해서 세비를 10% 깎았고,최근에는 월급 형식의 세비를 일당 형식으로 바꾸었다고 한다.노는 날은 돈을 받지 않겠다는 얘기다.‘파업중’인 우리 국회의원들에게는 ‘무노동 무임금’뿐 아니라 국민들을 짜증나게 한 죄로 과태료를 물려야 할 것이다.

◇ 김경홍 논설위원 honk@
2002-02-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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