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차별 폭로 중단하라
수정 2002-02-20 00:00
입력 2002-02-20 00:00
여야가 18일 대정부 질문이 시작되자마자 폭로전으로 날카롭게 맞선 것은 나름대로 계산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그동안 야당의 게이트 공세에 시달려온 민주당으로서는 미국으로 도피한 ‘세풍(稅風)’사건의 주범 이석희(李碩熙)전국세청 차장의 체포를 계기로 이 총재를 집중 공격함으로써정국의 주도권을 탈환하려 했을 수도 있다. 한나라당으로서도 불씨가 되살아나는 ‘세풍’을 차단하기 위해 김 대통령을 직접 공격하고 나왔는지도 모른다.
그동안 여야가 격돌해서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간 적은 한두번이 아니지만,지금이 어떤 상황인가.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한해서, 김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갖는 엄중한 시점이다.과장할 필요는 없지만 한반도 현 상황이 숨가쁜 국면임은 분명하다.명색이 국회라면 ‘한반도문제는 대화로 풀라.’는 국민들의 요구를 한목소리로 부시에게 전하고,여야가 초당적으로 김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그럼에도 여야가 한반도 위기 상황을 외면한 채 정치공방에만 골몰하고 있으니,국민들의 처지가 비참할 따름이다.
하루 뒤 방한하는 우방의 국가원수를 ‘악의 화신’으로지칭한 송 의원의 외교적 몰상식은 입에 담기에도 창피하다.우리는 부시 대통령의 양식(良識)을 믿는다.그러나 만에하나,금도(襟度)를 넘어선 송 의원의 발언이 미국쪽을 자극해서 우리 국익에 악영향을 미치기라도 한다면 송 의원은어떻게 그 책임을 질 것인가.송 의원에게 물어야 할 말은또 있다.이 총재를 ‘악의 뿌리’로 지칭한 게 그것이다.물론 국회의원의 원내 발언에는 면책특권이 따른다.그렇다고되는 말,안되는 말을 가리지 않고 마구 해도 되는 것인가.
홍준표의원도 그렇다.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도 않고 비리 의혹만 제기하는 것은 면책특권의 악용이라는 비판을 벗어날 수 없다고 본다.
한마디로 말해 일부 의원들의 의식수준은 중학생 수준이고행동 양식 또한 조직폭력배의 그것에 가깝다는 게 국민들의인식이다. 국회가 그나마 국민의 대표기관으로 남아 있으려면 여야 모두 무책임한 폭로나 절제 잃은 인신공격을 즉각중단하기 바란다.
2002-02-2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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