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장] 동아시아 단일통화 모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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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2-04 00:00
입력 2002-02-04 00:00
유로화가 실물통화로 유통됨에 따라 유럽의 통화동맹 체제는 비로소 완성을 보게 됐다.반면에 현재 동아시아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금융협의 실체는 매우 초보적인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통화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시작도 못하고 있고,동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동남아국가연합(ASEAN)과 한·중·일이 중심이 돼 창설을 서두르고 있는 유동성 지원 장치와 정책대화 채널도 제도적 기반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다.동아시아 차원에서 통화통합이 과연 필요한가에 대해 아직도 공감대가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에도 경제통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1950년대 초반에는 마찬가지였다.통화통합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된 것은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흔히 유럽의 경제통합 및 통화통합은 경제와 정치의 상호작용을 통한 진화적 과정이었다고 평가된다.현재 유로권은 12개 국가로 구성돼 있고,향후 유로권에 참여하는 국가의 수가 늘어날 전망이다.그러나 통화통합은 각국이 통화주권을 초국가적 기구에 양도한다는 점에서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항이다.영국·스웨덴·덴마크 등이 유로권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보다도 정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따라서 역사와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동아시아가 유럽의 경험을 그대로 답습할 것으로 볼 수 없다.

가장 완벽한 자유방임주의에 기초해 시장원리가 지배했던 미국은 경제통합에 있어서 시장원리를 우선했다.즉 시장을 통한 자연스러운 경제통합을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운용하기 위해 제도적 기틀이 후속해서 마련됐다.이러한 제퍼슨주의는 공고한 정치적 연방체제를 확립한 미국의 현행 경제체제에서도 흔히 발견된다.시장의 실패가 발견되는부분에 있어서만 최소한으로 정부 개입이 용인된다.반면에 유럽의 경제통합 역사를 보면 미국과 달리 시장의 힘에의존하기보다는 제도와 기구를 우선해서 설치하고 동 제도와 기구를 통해 경제통합을 추진해 왔다.이는 독일식 근대국가의 설립과정에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제퍼슨주의와 이에 대비되는 유럽의 비스마르크주의는 유럽의 통화통합 과정에서 팽팽한 긴장관계를 지속시켜 왔다.통화통합에 대한 시장의 요구와 압력이 그리 강하지 않았던 반면에 정치·관료적 엘리트 집단이 통화통합의 추진세력이었다.통화통합을 위한 제도적 기반과 기구가 설립되면서 통화통합에 가속도가 붙게 됐고,점차 기업들도 통화통합이 가져다 주는 시장확대와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면서지지세력으로 동참하게 됐다.

동아시아의 통화통합 논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찰인 것 같다.통화통합의 여건도 그리 성숙돼 있지 못하고,통화통합을 둘러싼 정치적 역학관계도 복잡하다.이러한 상황에서 통화통합의 비전은 한낱 현실성 없는 구상으로 비춰질 수 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통화통합의 비전이 논의되고 비용과 편익에 대한 면밀한 연구가필요하다고 생각한다.이는 학술적 관심의 차원을 넘어서현재 동아시아에서 진행되고 있는 경제현상과 제반 문제점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제시해 줄 것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최근의 엔저 현상에 대해 동아시아 국가는 자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아무런 대응도못하고 있다.동아시아경제가 시장의 힘에의해 긴밀하게 연계돼 가고 있으나,정책공조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결여돼 있다.시장의 힘을 통한 경제통합이 진행됨과 동시에 동아시아 국가들은 시장의 순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책공조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또한 경제통합의 과정은 많은 제도적 개혁을 요구하게 된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통화통합의 비전을 설정할 것인지의 여부를 떠나 동아시아 각국이 안고 있는 경제개혁의 과제를공동으로 해결하는 장(場)으로서 통화통합에 대한 논의의시작은 중요한 자극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왕윤종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국제거시금융실장
2002-02-04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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