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매일 보도내용 40분 설전/ ‘학력란 폐지’ 국무회의 격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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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2-01-23 00:00
입력 2002-01-23 00:00
한완상(韓完相)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장관이 지난 21일 대한매일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밝힌 ‘학벌타파 특별대책안’이 관가의 화제로 등장했다.

22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는 40여분간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일부 장관들간에 날카로운 설전(舌戰)이 오고가기도 했으며 대체적 결론은 “잘못된 학벌문화는 타파되어야 하지만 방식은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석안건 보고에서 한 부총리는 “공교육 붕괴 및 과외과열은 ‘일류대 입학이 곧 출세보장’이라는 학벌폐해 때문”이라면서 “대학단위의 서열화는 의미가 없으며 학벌은학력일 뿐이지 실력은 아니다.”고 강조했다.이어 “지난해 상장회사 684개의 임원 5777명 중 49.8%가 S대 등 명문대출신이고 각료의 경우 명문대 출신이 5공 52%,6공 56%,YS정권 68%이던 것이 현 정부들어 45%로 떨어졌다.”고 소개했다.

이에 일부 경제부처 장관들이 “학벌문화 타파가 자칫 대학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먼저 전윤철(全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이 “영국의 케임브리지 등 세계 일류대학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할 수 있느냐.”며 “잘못된 학벌문화가 문제일 뿐”이라고 지적했다.그러면서 “교육정책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반대 의견을 개진했다.

진념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도 “학부형 관심이 크므로 정부정책으로 받아들여져 잘못 전달되면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지식기반사회의 우수 인력양성을 위해특수기술 전문인력의 양성 못지않게 우수 대학의 인력양성도 필요하다.”고 전 장관을 거들고 나섰다. 특히 ‘입사서류의 학력란 폐지 추진’에 대해 “가뜩이나 정부의 간섭이문제가 되는 마당에 민간기업의 인력채용에 대해 정부가 왈가왈부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격론이 오가자 김 대통령은 “정부입장은 관계부처간 조율을 거친 뒤 발표돼야 한다.”며 “교육인적자원장관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해서 결론을 내려 정부방침으로 확정된 뒤국민들에게 알리라.”고 결론을 내렸다.

마지막으로 한 부총리는 “일류병을 뿌리뽑고 사교육비가연간 7조원에 이르는 학벌문화 풍조를 타파하기 위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학벌문화 타파의 당위성을 다시한번 역설했다.

한편 이날 국무회의가 열띤 토론 분위기로 바뀐 것은 김대통령이 최근 ‘받아쓰기를 하지 말라.’고 지시하는 등적극적 회의 참여를 주문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최광숙기자 bori@
2002-01-2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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