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게이트와 국정원의 역할
수정 2002-01-08 00:00
입력 2002-01-08 00:00
문제의 문건은 ‘수지 김’ 사건으로 윤씨를 수사했던 대공수사국의 한 수사관이 패스21 자회사의 이사로 등재돼 있던 사실과 함께 국정원이 어떤 방식으로든 ‘윤 게이트’에관여했음을 구체적으로 보여 준 것이다. 이쯤되면 ‘윤 게이트’에서 국정원이 한 ‘역할’을 묻어 둘 수 없게 됐다.
사실을 해명하는 차원에서라도 진상을 규명해 제기되고 있는 의혹을 풀어 주어야 한다.많은 사람들은 1996년 사기 혐의로 2년6월을 복역하고 출소한 윤씨가 1998년 9월 지금의패스21을 창업해 급성장시킬 수 있었던 과정을 의아하게 생각해 왔다.
또 ‘패스21 검토 보고’가 전송된 2000년 7월 당시 국정원의 지휘 라인이 김은성 2차장,김형윤 경제단장,정성홍 경제과장이었다는 점이 예사롭지 않다.이들은 ‘윤 게이트’이외에도 ‘정현준 게이트’,‘진승현 게이트’ 등 벤처 비리마다 끼었다.이들이 이권에 눈이 어두워 저지른 독직사건에 불과한가.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국정원이 윤씨와 패스21을 위해 한 ‘역할’을 구체적으로 규명해야 한다.
문제의 문건에서 재확인된 의문이 또 있다.윤씨가 2000년1월 ‘새 천년 벤처인과의 만남’ 행사에 참석하게 된 경위또한 밝혀야 한다. 문건을 보면 패스21은 다른 경쟁 업체보다 더 나을 것이 전혀 없는 평범한 업체에 불과했다.그런데도 윤씨는 ‘벤처인 행사’에서 ‘주연’을 했고 그해 5월에는 청와대 행사에 초대되기도 했다.특히 윤씨는 1월의 ‘벤처인 행사’ 직전인 1999년 11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정통부에 패스21의 기술력 우수성을 공인해 줄 것을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져 더욱 의문을 자아낸다.
‘윤게이트’는 예전의 다른 권력형 비리와 달리 고가의주식이 고리가 됐다.지금까지 검찰 수사로 밝혀진 사람들만해도 전·현직 정치권 인사는 물론 국정원,재경부, 정통부,경찰 심지어 언론인까지 연루되어 있다.그렇다면 문제의 주식을 ‘부당하게’ 매입한 인사는 더 이상 없단 말인가.‘패스21’고문 변호사로 윤씨와 인연을 맺었던 김성남 부패방지위원장 내정자가 스톡옵션 문제로 사의를 표명했다.그러나 ‘윤 게이트’의 핵심 인물에 대한 의혹은 잠재워 지지 않고 있다.검찰은 국정원이 ‘패스21’급성장과 관련하여 어떤 일을 했는지 분명히 밝혀내야 한다.
2002-01-0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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