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송년 행사 ‘알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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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2-25 00:00
입력 2001-12-25 00:00
[가족 단위 송년모임 인기] 값비싼 음식을 먹고 ‘폭탄주’를 마시는 모임은 줄고 가족·이웃과 함께 하는 차분한 성탄 모임과 송년회가 늘었다.
서울 L호텔 관계자는 “기업보다는 가족 모임이나 동창회가 늘었다”면서 “가족 모임은 비교적 저렴한 식사를 하기 때문에 매출액이 지난해의 70% 선에 그칠 전망”이라고 말했다.
무역회사에 근무하는 조모씨(32)는 12월 초 거래처 3∼4곳에 ‘송년 접대’를 제의했다가 거절당했다.조씨는 “거래업체 직원들이 구조조정으로 뒤숭숭해 송년 접대를 꺼린다”고 털어놓았다.국내의 한 대기업체 차장인 유문수(柳文秀·41)씨는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조심스럽고 거래처 사람들과는 점심 송년회로 때웠다”고 말했다.
기업체들이 ‘워크숍’ 명목 등으로 지원하던송년 비용도줄었다.해마다 스키장에서 송년회를 갖는 한 광고대행사에서 일하는 기모씨(30)는 “매년 회사에서 팀마다 200만원씩을지원했는데 올해는 절반으로 줄였다”고 말했다.
24일 잠실 롯데월드에는 오전부터 가족단위 손님이 몰려 평소 휴일보다도 2배 가까운 4만명이 입장했다.이에 따라 영업시간도 25일 0시까지 1시간 연장했다.경기도 과천 서울랜드도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이 부모와 함께 나와 지난해보다 2,000∼3,000여명 많은 1만명이 몰렸다.
이날 저녁 직장인들은 서둘러 귀가하며 케이크를 사가거나선물을 사는 모습도 많았다.부인과 함께 명동에 외출했던 김형민씨(34·회사원)는 “간단한 선물을 사서 귀가해 부모님을 모시고 저녁을 먹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실속있는 선물 인기] 불경기에다 평년보다 2∼3도 낮은 겨울 날씨 탓에 중저가 겨울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서울 L백화점 본점에서는 매일 2,400여벌의 장갑이 팔려 매출이예년의 두배 이상 증가했다.
서울 명동에서 목도리 좌판을 운영하는 김정훈씨(36)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며칠 전부터 1만5,000원씩 하는 털목도리와 장갑이 하루에 200여개씩 팔려나갔다”고 말했다.
올들어 젊은이들이 주로 모이는 거리에 부쩍 늘어난 중저가 보석가게인 ‘주얼리’에는 5만∼10만원짜리 커플링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았다.특히 지난해 인기를 모았던 순금 반지보다는 값이 싼 14K나 18K 반지가 인기를 모으고 있다.
네티즌 사이에서는 1만원도 넘는 종이카드 대신 사이버복권을 겸한 이메일 카드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카드도 인기를얻고 있다.사이버 복권은 1,000원 안팎으로 부담이 적어 현재 I·H·P 등 10여개의 인터넷사이트에서 하루 1,000여장씩 판매되고 있다.
전영우 이창구 이영표기자 anselmus@
2001-12-25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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