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취재/ (상)공권력 이대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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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2-22 00:00
입력 2001-12-22 00:00
**檢·警을 못믿는 나라.

국가공권력이 표류(漂流)하고 있다.검찰,경찰로 대변되는공권력의 권위 및 신뢰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그런데도 이를 회복할 묘안이 없어 국민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공권력 실추는 자업자득=국가공권력은 엄정한 법집행을통해 바로 설 수 있다.다시 말해 검찰과 경찰,준 사법권이 있는 국가정보원이 도덕성을 확보하고 본연의 임무를 다할 때 공권력이 확립된다는 얘기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98년 2월 취임 이후 이 점을 거듭 강조해 왔지만 일부 공직자의 잘못된 처신으로 공권력실추를 가져왔다는 지적이다.이들의 경우 공인으로서 국가와 민족보다는 사익(私益)을 추구하다 역사를 후퇴시켰다는 호된 비판까지 함께 받고 있다.

특히 공권력의 최후 보루라는 검찰의 위상 추락은 스스로 자초한 측면이 적지 않다.‘옷 로비 사건'의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조폐공사 파업유도 의혹사건'의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공안부장,‘충성 서약 사건'의 안동수(安東洙) 전 법무장관에 이어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차관까지‘진승현 게이트'에 연루돼 중도 퇴진함으로써 자신들은 물론 검찰에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겼다.이런 상황에서공권력을 기대한다는 게 무리라는 자조섞인 얘기도 들린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게이트'마다 이들 기관의 주요 간부들이 끼어있어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진승현 게이트' 이외에 ‘정현준 게이트' ‘이용호 게이트' ‘윤태식 게이트'에도 사정기관의 간부들이 단골로 올라 있어 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심지어 자리를 이용해 압력을 행사하는 등직무범위를 벗어난 행동까지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김은성(金銀星) 전 국정원 2차장을 비롯해 그 예는 수두룩하다.

▲공권력 회복 대책 없나=이처럼 공권력이 실추된 데는 인사 및 시스템 부재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다.실제로 게이트 등에 연루돼 사법처리되거나 옷을 벗을 사람들을 보면 특정지역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김 대통령이 인사로 인한 잡음을 없애기 위해 탕평책(蕩平策)을 주문하고 있음에도 불만이 여전한 게 사실이다.무엇보다 지역안배차원에서 국정원,검찰,경찰 등의 요직 인사를 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들 기관을 제대로 조율할 수 있는 기능이 없는 것도 공권력 실추 원인으로 지적된다.이전에는 관계기관 대책회의 등이 있어 국가의 중대사를 논의했으나 국민의 정부들어 이미지가 나쁘다는 이유로 폐지했기 때문이다.그러다보니 큰 일이 터지면 ‘중앙 컨트롤 타워'가 없어 우왕좌왕한 게 다반사였다.

이와 관련,여권의 한 관계자는 21일 “정부나 청와대 내에 ‘컨트롤 타워'가 없어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고있다”면서 “그렇다고 관계기관 대책회의 등을 부활할 수도 없어 고민”이라고 말했다.실제 관계기관 대책회의와같은 과거 통제기구에 대한 김 대통령의 거부감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풍연기자 poongynn@.

■권력기관간 '견제장치' 시급.

최근 잇달아 터진 권력기관 수뇌부의 각종 비리사건에 흥분하거나 냉소만을 보낼 게 아니라 상설 특별검사제,정치적중립 강화 등의 시스템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근본적인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들 권력기관간의 엄정한 역할분담을 통한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고 한결같이 강조한다.

대구가톨릭대 이정옥(李貞玉·사회학) 교수는 “각종 비리사건들이 폭로되지만 그때마다 사회적으로 잠깐 흥분할 뿐구체적인 제도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기 때문에 연례행사처럼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한 뒤 “질높은 공익을 맡고 있는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면서 신분의 안정을꾀해줘야 한다”고 말했다.이 교수는 “권력기관 종사자들이 ‘명예심과 소명의식’을 갖도록 급료를 대폭 올려주는등 경제적 안정을 보장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권력기관일수록 투명한 정보공개와 시민사회단체들의 감시·평가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투명성이갖춰져야 직원들이 위를 쳐다보지 않고 국민의 이익을 위해복무하게 되며 그럴 때 직책이 유지되고 승진도 된다는 확신을 심어줘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손혁재(孫赫載) 협동사무처장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권력기관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질높은 내용으로 봉사한다는 사명감을 갖는 것”이라며 도덕성을 강조했다.

특히 “검찰은 명실상부한 ‘중립화’를 이루는 것이 시급하며,국정원은 정치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국정원법 개정 및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그는 “견제받지 않고 막강한 힘을 가진 권력기관은 독직에 빠지기 쉽다”면서 “이를 막기 위해 상설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방송통신대 곽노현(郭魯炫·법학) 교수는 “기소를 독점하고 있는 검찰로서는 수사결과가 뒤집히고 재수사에 들어가는 최근 상황을 볼 때 수사권 남용이란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면서 “검찰이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을 내린 경우 헌법소원밖에 방법이 없지만 이 역시 서면조사밖에 하지않는 등 한계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
2001-12-2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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