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윤주기자의 교육일기] 장점부터 살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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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2-20 00:00
입력 2001-12-20 00:00
지난번 교육일기에서 밝힌대로 나는 요즘 ‘부모교실’에다닌다.주1회 열리는 수업에 아줌마는 물론 아저씨까지 ‘부모 면허증’ 따기에 열심이다.

강사 K씨는 남자다(처음에는 ‘남자가 애키우는 걸 아나’하는듯한 아줌마들의 눈초리에 시달려야 했다).그가 수강생들에게 던진 첫번째 주문은 ‘아이의 장점을 보라’.아이들과 제대로 의사소통을 하고,좋은 부모가 되기위해서는 아이들에 대한 시각부터 바꾸라는 말이다.

심리상담사인 그는 청소년 상담교실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자기소개서에 자신의 장점과 단점을 적어보라고 했더니 단점 10개를 꽉 채워쓴 아이들은 수두룩하더란다.하지만 대다수가 장점을 서너개 밖에 채우지 못했고 아예 한개도 못쓰는학생도 있었다.사람의 장·단점은 ‘80대 20’인데 많은 이들이 80의 장점을 북돋우기보다 20의 단점을 가슴아파하고방어하는 데 기운을 소진한다고 K씨는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그는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에 나오는 ‘동물 학교’라는 글을 소개했다.

‘옛날에 동물들이 모여서 학교를 만들었다.교과목은 달리기,나무 오르기,날기,수영.동물들은 예외없이 전과목을 공부해야만 했다.

오리는 수영선수였다.하지만 달리기가 형편없어 수영을 포기해야했다.오리는 달리기 연습을 너무 많이해 물갈퀴가 너덜너덜해졌고 수영에서도 평균점수 밖에 얻지 못했다.

토끼는 달리기에 탁월했지만 수영을 배우느라 너무 물속에많이 들어가 신경쇠약증에 걸리고 말았다.

독수리는 문제아였다.나무 오르기에서 꼭대기에 올라갈 때까지 큰 날개를 퍼덕여 다른 학생들을 방해했기 때문.독수리는 교사에게 자기 방식대로 날게 해달라고 주장했지만 묵살당했다.

학년이 끝날 무렵,수영도 잘하고 달리기,오르기,날기까지약간 할줄 아는 뱀장어가 가장 높은 점수를 얻어 졸업식장에서 답사를 읽는 학생으로 뽑혔다.(중략)’ 왠지 낯익은 장면이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장점보다 단점만 부각시켜 ‘신경쇠약증 환자’로 만들어버리는 우리 학교와 사회의 자화상이다.이 대목에 이르면왜 한국인들의 행복지수가 바닥을 헤매고 있는지도 눈치챌수 있다.옥의 티만찾고,남과 비교하며 주눅부터 드니 왜 안그렇겠는가.

당신의 아이는 오리인가,토끼인가,독수리인가.장점을 바라보는 훈련을 당장 시작해야한다는 K씨의 얘기에 귀기울여볼일이다.

허윤주기자
2001-12-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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