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 대여 강경 발언으로 정국급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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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1-28 00:00
입력 2001-11-28 00:00
■속타는 민주당.

민주당은 27일 핀란드를 방문중인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가 야당측 대여 협상창구의 유연한 자세와는 달리 교원정년을 1년 연장한 교육공무원법 개정안과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 국회출석 요구건을 강행처리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자,정국경색장기화를 우려하는 기류였다.

특히 여권은 이 총재의 헬싱키 회견으로 한나라당이 강경기조로 원위치하자 “진의가 뭔가”라며 당혹스러워하며 대응책 마련에 부심했다.한나라당이 “강행처리 원칙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가,26일 여야 총무 회담서 ‘상임위 간사협의처리’로 변화하는 등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인 뒤에이 총재의 최종 언급이 나왔기 때문이다. 분석은 다양했다.

한 당직자는 “이 총재가 야심적으로 추진한 러시아 방문의 성과가 없는데다 교원정년연장안 강행처리에 대한 반발여론이 거세자,강온양면을 놓고 고민하다 ‘여론에 밀리는 인상마저 주면 안된다’는 판단을 해 강경으로 돌아선 것 같다”는 분석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총재가 지속적으로 강경입장을 유지할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즉 신승남 검찰총장 국회 출석 강행처리를 집요하게 고수하는 점을 지적,“이 총재가 사정기관 총수를 공격,공권력 무력화를 통해 대권가도정비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교원정년 연장 강행에 대한 비난여론을 돌리기 위한 술책”이라는 해석이었다.

또 이 총재의 29일 귀국뒤 ‘깜짝쇼’ 가능성도 거론됐다.

귀국후에도 교원정년연장안이나 검찰총장 출석 강행처리에대해 ‘오만한 거야의 횡포’라는 여론이 표출될 경우 두가지 모두 전격 철회할 수 있다고 보고,민주당이 이에 대비하려는 기미도 감지됐다.

이춘규기자 taein@.

■전열 정비한 한나라- 겉으론 “타협 없다”.

검찰총장 국회 출석과 교원정년 연장안 처리 문제를 놓고갈팡질팡하던 한나라당이 27일 우여곡절 끝에 당론을 재정비했다. 핀란드를 방문중인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긴급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표면적으로는 두가지 현안 모두 “원칙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혔다.이재오(李在五) 총무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숨고르기는 어제로 끝났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두가지 현안에 대한 당 지도부의 기류는 미묘하게엇갈린다.

검찰총장 국회 출석 문제는 ‘이달내 사퇴’요구와 ‘탄핵추진’이라는 정치적 일정에 따라 강력 대처한다는 방침을분명히 했다.이 총재는 러시아·핀란드 방문을 결산하는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이 처리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오히려 야당 주장을 문제삼음으로써 정쟁거리로 만들고 있다”고강경한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하지만 교원정년 연장안은 한나라당이 사실상 ‘강행 처리’를 포기한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이 총재가 귀국하는 29일을 전후해 ‘U턴’의 명분과 절차를 어떻게 밟아 나갈 지를 집중 검토하고 있다는 전언(傳言)이다.

이 총재의 핵심측근은 “이렇게 반대가 심한데 야당이 단독처리할 수 있겠느냐”며 고개를 내저었다.‘잘못된 개혁을 바로잡겠다’는 당초 방침과는 거리를 보인 것이다.

핀란드를 방문중인 이 총재도 “국내에 들어가서 상황을보고 생각해 보겠다”며 신중한 태도였다.

이와 관련,정치권에서는 거대 야당의 ‘수(數)와 오만의 정치’가 여론의 견제와 역풍을 견디지 못하고 호된 ‘신고식’을 치르게 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모스크바 이지운특파원 박찬구기자 ckpark@
2001-11-28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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