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엿보기] 연말 대세일 ‘블랙 프라이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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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11-24 00:00
입력 2001-11-24 00:00
22일 추수감사절을 맞아 이웃에 사는 미국인 가정에 초대됐다.아이들끼리의 왕래는 잦았으나 가족 모두가 저녁을 같이 하기는 처음이다.고향이나 친지를 방문하기 어려운 외국인 가정에게 미국 전통의 가정식 ‘칠면조 요리’와 ‘호박 파이’ 등을 대접하겠다는 따뜻한 ‘배려’에서 이뤄졌다.

추수감사절은 1620년 종교적 자유를 찾아 미국에 정착한 영국 청교도들이 이듬해 11월 추수를 마치고 3일간 축제를 연데서 유래한다.경작법을 가르쳐준 인디언들을 초대,야생 칠면조(turkey)를 잡아 나눠먹었다.이후 칠면조 요리는 추수감사절의 단골메뉴가 됐고 이날을 ‘터키 데이(Turkey day)’로 부르기도 한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명절인 한가위가 있으며 미국처럼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된다고 알려줬더니 ‘블랙 프라이데이(Black Friday)’도 있느냐고 묻는다.얼른 이해가 안가 1987년 10월19일 뉴욕증시가 대폭락한 ‘블랙 먼데이(Black Monday)’는 안다고 했다.

절반은 맞췄다며 증시 폭락처럼 나쁜 개념은 아니지만 가격이 떨어지는 측면에서 같다며 ‘기자의 상상력’을 계속 발휘해 보라는 투다.고개를 갸우뚱하자 성탄절까지 연말 대세일이 시작되는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블랙 먼데이’에 빗대,그렇게 부른다고 말한다.추수감사절은 11월 넷째 목요일이다.

그제서야 이날 할인점이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것이 생각났다.이른바 ‘블랙 프라이데이’에 앞서 장난감을 70% 깜짝세일한다는 광고를 보고 나섰다가 상품이 동이나 빈손으로 돌아왔던 터다.특히 ‘블랙 프라이데이’에 좋은 물건을 싸게사려면 아침 일찍 나서야 허탕치지 않는다고 귀띔해 준다.

‘명절이 상술에 놀아난다’고 비판할 수도 있다.그러나 왜 우리나라는 이같은 연례행사가 없을까 의문이 앞선다.백화점의 ‘사기세일’에 하도 질려서 할인판매에 대한 거부감이 크기 때문일까.아니면 충동구매만 부추긴다는 전문가들의식상된 지적 때문일까.

미국이라고 사기세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연말 대세일은다소 차이가 있다.어제까지만 해도 100달러이던 상품이 오늘 30∼50달러에 판다면 누가 손꼽아 기다리지 않겠는가.물건의 질만 떨어지지 않는다면 소비자에게는 값싸게 물건을 살절호의 기회다.매년 반복되기 때문에 어린이들도 틈틈히 저축하는 습성을 가질 수 있다.값만 속이지 않는다면 파는 사람이나 사는 사람이나 즐겁기는 마찬가지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 mip@
2001-11-24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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