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韓·日 역사공동연구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1-11-01 00:00
입력 2001-11-01 00:00
역사교과서 문제와 야스쿠니 신사참배 문제로 꽁꽁 얼어버릴 것 같던 한·일 양국간의 관계가 미국 ‘테러사태'를 계기로 다시 정상화되는 것 같다.종래 일본의 우경적인 정치가들은 연례행사처럼 망령스런 말을 내뱉어 우리를 분노시켰다가 뒤로 빠지는 짓을 수없이 반복해왔다.

‘치고 빠지는' 정치행태는 망언정치의 도식이었다.그런데이번 고이즈미 총리는 ‘확신범'인지 아니면 분위기가 그들의 뜻대로 무르익었는지,한국국민의 분노와 냉대에는 아랑곳없이 사과나 해명을 제대로 하지 않고 ‘당당히' 한국을방문하고 돌아갔다.한국정부는 대인답게(?) 대국적 차원에서 그를 손님으로 반갑게 맞이하였고 일정한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하였다.그 성과 중의 하나가 한·일간에 역사 공동연구를 위한 기구를 만든다는 것이다.

한·일 역사공동연구는 과거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망언 등으로 일본의 역사인식과 왜곡문제가 현안이 됐을 때마다 문화교류 등과 함께 단골메뉴로 등장하였고,이미 그에따라 국가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운영되고 있는 기구나 프로젝트가 꽤나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97년 7월 김영삼 정부 때에도 당시 하시모토 총리와 김영삼 대통령의 합의로 한·일 역사공동연구추진위원회를 만들었고,지금도 존속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문제가 발생하면 생겨나는 정부차원·민간차원 관계없이 ‘공동연구'의실제 내용은 무엇인지,그동안 과연 무슨 성과가 있었는지,성과가 있었다고 한다면 어찌하여 역사왜곡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지,이번 검인정 통과문제가 불거져 나왔을 때 과연성명서 한 장이라도 내놓아 입장표명이라도 하였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때문에 이번 ‘역사공동연구' 운운도 미봉책이 되지 않을까,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작태는 되지 않을까 심히 우려된다.

지금 문제가 된 것은 일본의 역사교과서이고 일본인의 역사인식이다.과연 일본정부가 일본사의 서술에 한국의 역사학자를 참가시킬 수 있을 것인가,양국정부의 입장이 다른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종래에 보면,공동연구하자고 하여마치 한국역사교과서도 현안인 것처럼 되어버리는 경우가있었다.

이왕 하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생산적이고 좋은 결실을 거두기를 간절히 바란다.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전시행정적이거나 미봉책의 장식적 기구가 아니라 제대로 된 구성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일본을 제대로 알고 과학적으로 일본을분석할 수 있는 안목과 식견을 갖추고 있는 일본문제 전문가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되어야 한다.



혹 일본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친일성향'의 인사들이 관여하여 진지한 토론도 없이 ‘사교장’으로 변질되어 버리거나 일본의 역사학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만 모여우리의 주장만 강변하여 논쟁만 일삼는 자리가 되어서도 안될 것이다. 역사공동연구 기구가 문제의 초점을 비켜가거나호도하기 위한 장식물이 되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이는 문제의 해결이 아니라 상호불신을 더욱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강창일 배재대교수
2001-11-01 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