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안보여도 ‘축구사랑 드리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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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9-12 00:00
입력 2001-09-12 00:00
“장애에 대한 ‘편견’과 장애 친구들의 ‘슬픔’을 축구공에 실어 세상 밖으로 차보내고 싶어요.” 11일 오전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인근 성내천 둔치의시각장애인 축구장에서는 ‘2002년 월드컵 기념 시각장애인축구대회’가 열렸다.

전국에서 16개 팀이 참가할 정도로 장애인들에게는 뜻깊은행사였으나 일반 관중이 찾지 않은 스탠드는 장애에 대한 우리의 편견처럼 황량하고 을씨년스러웠다.

그러나 이런 분위기도 잠깐.경기가 시작되자 곳곳에서 열띤 응원의 함성과 탄성이 터져나와 경기장은 순식간에 초가을햇살처럼 달아올랐다.

자로 잰듯한 패스며 슈팅하는 품세가 정상인보다 못지 않았다.기량보다 더 뜨거운 것은 축구를 향한 이들의 열정이었다. 전·후반 각 20분씩 뛰는 경기가 종일 꼬리를 물고 이어졌지만 누구 하나 자리를 비우지 않았다.

선수들은 축구를 왜 좋아하느냐고 묻자 주저없이 ‘자유’라고 답했다.

비록 20m×40m의 반쪽 축구장에서 소리나는 공을 차지만 “세상에서 두려움없이 뛸 수 있는 곳은 축구장뿐이며 오직 이곳에서만가슴속 좌절과 울분을 털어내고 한없는 자유를 맛본다”고 했다.

“아내가 나처럼 축구를 좋아하게 돼 무척 기쁘다”는 재경부산팀의 유종환(柳鍾煥·31·전맹)씨는 “축구장은 지팡이나 안내원없이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라며 “서울 한곳뿐인 전용축구장이 지방에도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씨의 아내 김미정(金美貞·33)씨는 “축구 덕분에 지금은 생활에 자신감을 갖게된 것은 물론 정상인 못지 않는 건강을 덤으로 얻었다”며 “정말 무서운 장애는 장애인을 다른부류의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회의 편견”이라고 꼬집었다.

심재억기자
2001-09-1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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