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인생 걸림돌’ 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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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9-06 00:00
입력 2001-09-06 00:00
이 나라에서 대학을 다니지 않은 사람은 ‘천민 계급’ 취급 당하기 일쑤이다.좋은 직장에 취직을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고,마음에 드는 여성과의 혼사도 여의치가 않다.
아무리 똑똑해도 홀대받기 예사고 무슨 일을 하더라도 성공하기가 그리 쉽지않다.심지어 나의 경우 학력이 모자라서 군대조차 갈 수 없었다.한 마디로 대학을 안 다닌 사람은 사람 축에 끼일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다.
보통같으면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다닐 나이에 공장이나 공사판 같은 데 나가서 일을 했다.경제력이 없는 부모님을 부양해야 했기 때문이다.대학에 못 간 것이 서러워서 울기도많이 울었다.
이력서나 무슨 신고서,심지어는 인구조사에서까지 학력을 기재해야 하는 현실이 원망스러웠다.
만나는 사람마다 무슨 학교를 나왔냐고 묻는 것이 싫었다.
‘학교를 못 다닌 것이 무슨 죽을 죄라도 된단 말인가’.학력이 아니라 실력으로,정정당당하게 세상과 맞서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의 벽은 높았다.나의 시도는 번번이 무참하게깨어지기만 했다.그동안 약초를 연구하면서 약초에 대한 논문을 여러 편 썼다.그러나 발표할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유명한 박사를 찾아가서 보였더니 원고는 보지도 않고 대뜸 “무슨 대학을 나왔냐”고 묻기에 중졸이라고 했더니 “중학교 밖에 안 다닌 사람이 무슨 연구를 할 수 있겠냐”면서면박만 주는 것이었다.이게 현실이다.
약초를 찾아 산하를 누비면서 묵묵히 작업을 했다.그런 공을 인정받은 때문인지 몇 해 전 대학교의 겸임 교수가 되었다.그 뒤 몇 몇 대학으로부터 정 교수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으나 모두 거절했다.
개인적으로 나의 학력이 낮은 것이 싫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학력을 자랑하고 내세우는 것은 더 싫다.학력이 인생의 걸림돌이 되는 세상은 더더욱 싫다.
어느 누구도 학력에 대해서 묻지도 않고,알려고도 하지 않는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능력대로 인정받는 사회가 돼야 한다.학력에 한이 맺힌 사람이 나 말고도얼마나 많겠는가.
최진규 한국토종약초硏 소장 herb@koreanherb.co.kr
2001-09-0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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