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길섶에서/ 구전설화
기자
수정 2001-08-28 00:00
입력 2001-08-28 00:00
민담에는 권선징악의 구도만 있는 게 아니다.지배계급의위선을 비롯해 인간의 양면성을 폭로하기도 하고 ‘소가고기를 먹으면 미친다’는 말처럼 때로는 수백년 후 봉착할 문제를 미리 경고해 주는 언참(言讖)이 들어 있기도 하다.민중의 공동저작이랄 수 있는 구전설화 속에는 이처럼밑도 끝도 없어 보이지만 필경 까닭이 있는 것들이 있다.
어느 마을에 사람을 소로 착각하고 잡아 먹는 해괴한 병이 돌았다. 마을 사람들이 진인을 초빙해 까닭을 물었더니용왕의 음식을 소가 먹고 그 소를 사람이 먹어서 생긴 광증 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그 약이 다름 아닌 지천으로 널려 있는 부추라는 것이었다. 유전자조작식품 경고같기도 하고 신토불이 잠언 같기도 한 강릉지방 설화다.
김재성 논설위원
2001-08-28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