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형高 ‘졸속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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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8-21 00:00
입력 2001-08-21 00:00
교육인적자원부가 내년에 자립형 사립고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한 것은 경제부처의 논리에 떠밀려 무리하게 일정을 앞당긴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예상된다.이에 따라 교육부는 민감한 사안을 다른 부처의 논리에 따라 충분한 여론 수렴도 없이 추진해 서울시교육청 등을 비롯해 교육계의 반발과 혼란을 자초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교육계 일각에서는 “당초 계획대로 2003년부터 자립형 사립고를 신중하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6월까지만 해도 2003년부터 자립형 사립고제도를 도입할 방침임을 공식 발표했었다.발표 내용은 2003년 3월 개교 예정으로 시·도별로 1∼2개씩 10∼20개교를 선정해 시범 운영한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20일 이와 관련 “지난 7월20일 발표된 교육여건 개선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재경원·기획예산처 등 경제 부처가 ‘교육 체제의 개편도 함께 이행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해 어쩔 수 없이 ‘희망 고교에 따라’라는 단서를 달고 자립형 사립고 도입계획을 1년 앞당겼다”고 밝혔다.

경제 부처측은 당시 2004년까지 학교 신설과 교원 충원 등을 포함하는 교육여건 개선에 16조5,596억원을 투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교육 현장에 경쟁 원리를 도입해 평준화의 문제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즉 정부의 지원을 전혀 받지 않는 건전 사학을 자립형 사립고로 적극 육성하는 한편정부 지원금은 부실한 사학으로 돌려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를 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교육부의 ‘2003년 자립형 사립고 20개교 이내 시범 시행’ 계획에 대해서도 ‘내년부터 50개교 이내로 과감한도입’을 주장,‘30개교 이내’를 지정해 2003년부터 시행하되,희망 고교에 따라 2002년에 운영하는 것으로 절충했다는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당정 협의과정에서도 전국적으로 ‘10개교 이내’ 안이 지배적이었다”면서 “교육열이 심한 서울지역은 시범학교에서 빼는 방안도 논의됐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비평준화지역에서 정부 지원없이 운영되는 사학에 대해 학생 자율선발권을 20%로만 제한한 것도 자립형 사립고를 당장 시행할계획이 아니었음을 말해준다.자립형 사립고는 학생선발권을100% 보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교조 이경희 대변인은 “정치·경제 논리에 따른 교육정책의 졸속 추진은 교육에 대한 불신만 초래한다”면서 “자립형 사립고의 도입 방침은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홍기기자 hkpark@
2001-08-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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