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카우보이와 사무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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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7-20 00:00
입력 2001-07-20 00:00
카우보이와 사무라이가 밀월관계에 들어서고 있다.최근 하워드 베이커 주일 미국대사가 도쿄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일본헌법 제9조의 개정이나 해석변경을 촉구했다고 한다.베이커 대사는 “지금까지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 공동연구는헌법의 범위 내에서 진행됐지만 앞으로는 미사일방어계획,유엔평화유지군 활동 등으로 인해 일본이 헌법 제9조의 개정이나 해석변경을 할 것이냐를 결정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일본의 헌법 제9조는 ‘전쟁을 포기하고,국제분쟁 해결을 위해 군대를 파견할 수 없으며,육·해·공군을 보유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일본은 자위권은 가질 수 있다면서 1954년에 자위대를 창설했다.일본고위 인사들은 헌법 개정 및 군대보유,자위대의 해외 전투파병 허용 등을 꾸준히 주장해 왔다.일본의 가려운 곳을 베이커 대사가 긁어준 셈이다.
때마침 유럽을 방문중인 다나카 마키코 일본 외상도 “세계적으로 핵무기 확산이 우려되는 국가가 41개국에 달한다”면서“일본은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일본 정부의 ‘미국의 미사일방어계획 추진을 이해한다’는 공식 입장에서 한 걸음 더 나간 것이다.미국의 가려운 곳을 다나카 외상이 긁어준 것이다.
미국은 유럽과 러시아·중국 등의 반대에 부딪친 미사일방어체제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얻어내고,일본은 미국의 지원 아래 군사대국화를 추진한다는 협력관계가 구체화하고 있는 셈이다.그동안 동북아 질서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 한·미 군사동맹,미·일 안보조약,한·미·일 3국 협력관계 속에 유지돼 왔다.그러나 미국과일본의 패권주의와 중국의군사·경제대국화 움직임이 맞부딪치는 형국으로 흘러가고있다.그 가운데 남북으로 분단된 한반도가 있다.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면 우리도 변해야 하고 냉정하게 대처해야 한다.
김경홍 논설위원 honk@
2001-07-2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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