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네티즌과 홍위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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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7-11 00:00
입력 2001-07-11 00:00
정보 독점 내지 폐쇄사회였던 1980년대까지 신문기자가 누릴 수 있는 특혜가 있었다.신문에 안 난 뉴스,났더라도 행간에 숨은 뒷이야기를 좀 안다는 이유로 어느 자리를 가나제법 뽐낼 수 있었던 것이다.특히 외신을 다루는 기자들은시중보다 보름 정도 빨리 외지를 접할수 있어 그 특혜를 더 누릴 수 있었다.그러나 누구나 인터넷에 들어가 ‘정보의바다’를 헤엄칠 수 있는 요즈음은 잘못 아는 체했다가는인터넷을 통해 세계 주요 뉴스를 훑어 보고 나온 네티즌에게 무안 당하기 십상이다.

이코노미스트 수석 편집위원인 프랜시스 케언크로스는 그의 저서에서 이를 ‘거리(distance)의 소멸’이라고 했다.

이 때 ‘거리’는 워싱턴과 서울 등 공간상의 거리뿐 아니라 신분상의 거리도 포함된다.인터넷 시대의 네티즌은 정보의 수요자이면서 공급자들이다.이 정보민주화 덕택에 대중참여 기회는 넓어지고 결과적으로 민주주의가 한단계 성숙된다는 것이다.

‘책값 반환’ 발언으로 네티즌과 언쟁을 벌였던 작가 이문열(李文烈)씨가 이번에는 자신의 책 반품운동을펼치는네티즌들을 가리켜 “중국 문화혁명을 주도했던 ‘홍위병’을 떠올린다”고 해 또다른 파문을 낳고 있다. 이씨는 “그들(홍위병)이 형식논리만 갖춰지면 못할 짓이 없었다”며공자묘 파괴 등 음산한 예들을 열거했다.

그러나 이씨는 문화혁명 시대의 홍위병들이 권력투쟁의 도구였다는 점,개인의 자유로운 의견개진과 비판은 봉쇄당한채 사령탑의 지령에 의해 움직인 마오쩌둥(毛澤東)을 위한결사보위대였다는 점을 간과했다.“독재정권하의 사람들도다른 세계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케언크로스가 말했 듯이 독재권력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인터넷이다.음란사이트 범람 등 인터넷 해독을 통제할 수단이 막막해 고민하는 국가들의 예를 보아도 네티즌은 어떤권력으로도 통제가 불가능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씨가네티즌을 홍위병과 결부시킨 것은 역사인식의 결여이거나그도 야당과 함께 색깔공세를 펴는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그것이 아니라면 그도 부지불식간에 색깔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 아닐까.만약 그렇다면 그의 문단내 비중이나 영향력으로 보아 정말 불행한 일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2001-07-1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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