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연세대 입학에 2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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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5-28 00:00
입력 2001-05-28 00:00
대학의 기여입학제가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연세대가 내년도 입시부터 기여입학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안이 도화선이됐다.검토를 거쳐 교육부에 제출한 계획안을 보면 20억원이상의 기부금을 받고 전체 정원의 2%가량인 80여명을 입학시킨다는 것이다.지난 1986년 처음 논의된 이래 가장 구체적인방안이어선지 반발이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다.

우선 ‘능력에 따라 교육을 받을 권리’라는 교육기회 균등의 대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여기서 능력은학부모의 재산능력이 아니다.밤을 낮 삼아 공부하고 있는 전국의 90여만 수험생들에게 ‘돈주고 대학에 들어가는 제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엊그제 병영 같은 기숙학원에서 대학입시를 준비하다 참변을 당한 희생자 가족들은무슨 생각을 할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기여입학제는 교육발전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확충하기 위해 현실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고육책이라는 주장에도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교육의 발전은 역시 교육적인방법으로 성취해야 한다.우리 사회의병폐인 물질 만능주의를 부채질할 것이고 청소년들의 가치관을 혼란스럽게 하기십상이다.빈대 잡으려다가 초가삼간을 태우게 될 것이다.

비물재적(非物財的)인 방법으로 학교나 사회발전에 기여한인물의 후손을 특례 입학시키겠다는 방안에도 문제가 있다.

특례입학 대상에 전·현직 총장에 역대 이사장,여기에 총동문회장까지 망라되어 있다니 아니될 말이다.총동문회장을 비롯한 ‘자리’들이 곧 합격증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고 보면일부 특권층과 부유층 자녀들은 공부하지 않고도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재원확충이라는 기여입학제 본래의 취지에도 어긋난다.돈을 주고 대학의 합격증을사고 파는 제도는 전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기여입학제가 도입되려면 건전한 기부문화가 먼저 정착되어야 한다.기여입학제는 아직은 이르다.
2001-05-28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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