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을 지키는 사람들] ‘총모자 결기’ 일인자 김 인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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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5-07 00:00
입력 2001-05-07 00:00
옛날 양반이나 선비의 으뜸가는 상징은 뭐니뭐니 해도 ‘갓’이었다.가볍고 사뿐한데다 묵(墨)색이 주는 멋이 사내로서의 품위를 유연하게 드러내 주기에 그만이었다.

그 갓을 만드는 일이 갓일이다.갓일은 예전 제주도 부녀자들의 대표적 수공예였고 벌이 수단이었다.

경남 충무와 거제도 등지의 경우 남성들에 의해 전승돼 왔으나 제주도는 이상하게도 모두 여성의 몫이었다.여인들이농한기나 야간 부업으로 갓을 결어 가계에 크게 이바지해왔다.

‘조선왕조실록’ 현종(顯宗)5년 3월조(條)의 “제주 여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준립(駿笠)을 결어 육지에 팔고 식생활을 돕는다”는 기록이 이를 뒷받침한다.

관망공예(冠網工藝)의 하나인 갓일은 크게 ‘총모자 결기’와 ‘양태 결기’로 구분된다.

갓모자인 총모자는 머리에 씌워지는 중심부분을 일컫고 양태는 갓 밑둘레에 퍼진 넓은 바닥부분을 말한다.

85년 2월 국가지정 무형문화재 제4호 갓일 기·예능보유자로 지정된 김인(金仁·82·제주시 도두1동)할머니는 현존하는 우리나라 ‘총모자 결기’의 일인자다.

호사가들이 소장품으로,또는 종가댁이나 향교관계자,대심방(큰무당)들이 제관(祭冠) 등으로 쓰기 위해 드문드문 주문해오는 일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갓만드는 일이 아주 끊기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둘째딸 강순자(55)씨를 교육보조자로,셋째 며느리 김채옥(43)씨 등을 이수자로 기르고,양윤희(25)씨 등 젊은 전수자를키우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김 할머니가 총모자를 만들고 가르치는 작업장은 안방도 되고 툇마루도 된다.작업도구인 모좃골·까움골·골걸이·바농대 등과 주재료인 말총(말의 꼬리털)만 있으면 어디서나 가능하다. 아쉬운 것은 요새 젊은 사람들은 다소 고생스러운갓일을 배우려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제주 김영주기자 chejukyj@
2001-05-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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