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호주제 위헌소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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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1-04-03 00:00
입력 2001-04-03 00:00
남성 중심적인 호주제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민법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법원이 헌법재판소에 위헌심판을 제청했다.

서울지법 북부지원 양승태(梁承泰)지원장은 1일 배모씨등 기혼녀와 이혼녀가 “호주제를 없애거나 이혼한 어머니도 자식의 호주가 되도록 해달라”며 본적지 관할구청을상대로 낸 호적변경신청 불수리처분 취소 신청 사건에서배씨 등의 위헌심판 제청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호주제는 사실상 호주를 정점으로가족구성원을 강제적이고 일률적으로 서열화해서 공동체형성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음에도 민법은 모든 가(家)에반드시 호주가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아내와 어머니의 위치를 남편과 아버지보다 낮게 함으로써 정당성 없는 남녀차별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현행 헌법 제11조가 국민의 평등을 보장하고 있음에도 민법이 호주 사망시 호주를 아들-손자-미혼인 딸-처-어머니 순으로 승계하도록 하고,여성이 이혼할 경우 자녀는 당연히 아버지 호적에 남도록 하는 것은 명백한 남녀 차별로 위헌의 소지가있다는 취지다.법원이 위헌심판을 제청한 민법 조항은 제781조(자의 입적,성과 본)의 ‘자(子)는 부가(父家)에 입적한다’와 제778조(호주의 정의)의 ‘일가의 계통을 승계한자, 분가한 자 또는 기타 사유로 인하여 일가를 창립하거나 부흥한 자는 호주가 된다’는 부분이다.

법원의 결정은 남성우선 호주승계 등을 규정한 민법이 남녀 불평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여성단체들의 주장을 수용한것인데, 그동안 남성우선 호주제 고수를 주장해온 유림의반발이 예상된다.민법 특히 친족관련 법은 그 사회의 전통이나 관습에 크게 좌우된다.그러나 어떠한 법과 제도도 사회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다.종중재산 분배문제를 두고 문중 여성들이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 등 성차별 철폐 움직임이 활발한 어제 오늘이다.호주제와 ‘종중’개념 등 남성중심의 민법 조항들은 사회의 변화에 맞게 개정될 필요가있다.
2001-04-03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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