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눈] 시민단체 홍수시대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기자
수정 2001-02-09 00:00
입력 2001-02-09 00:00
인천시가 관내 시민단체 현황을 조사한 결과 무려 1,000여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회원이 100명도 안되는 단체가 31%였고 상근자가 없거나 2인 이하인 경우가 57%에 달했다.직함 인플레가 심해 대개가대표 아니면 상임위원장·집행위원장이다.한 사람이 10여개단체의 대표·위원장을 하는 경우도 흔했다.시 관계자는 “시민단체가 힘깨나 쓰니까 너도나도 단체를 만든 결과”라고진단한다. 이달 초 대전시가 준법질서운동을 벌이면서 이른바 ‘힘있는 기관’의 참여를 유도하는데,검찰 경찰과 함께지역시민단체가 ‘힘있는 기관’으로 포함된 것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시민단체는 80·90년대에 주로 생겨나 시민의 권리·참여의식을 높이고 정치권 정화를 유도하고 사회문제를 이슈화시키는 데 커다란 역할을 해 왔다.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순기능을 잠식하는 부정적 측면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공공기관을 감시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생겨난 단체가 공공연히 지자체에 재정 지원을 요구하는가 하면 기업체에 손을벌리기도 한다.견제·감시라는 기능을악용,기업체의 약점을은근히 거론하며 기부금을 요구하는 일부 단체는 영락없이앵벌이 수준이다.‘사이비기자’에 이어 ‘사이비 시민단체’라는 용어까지 생겨날 판이다.일부 시민단체 관계자들은“지자체와 기업체의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감시를 제대로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하지만 실제 행동을 보면그런 주장을 무턱대고 믿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민단체의 활동 분야가 특화되지 못하고 ‘약방의 감초’식으로 활동하는 것도 문제다. 사회 현안이 걸릴 때마다 수십개의 시민단체가 나서 거창한 연대조직을 구성,언론의 주목을 받은 뒤 정작 뒷처리는 하지 않고 다른 현안으로 빠져나가는 행태를 쉽게 볼 수 있다.

한 단체 관계자는 “시민단체들이 나서야 될 사안과 나서지말아야 할 사안을 구별하지 못한다”고 고백하면서 “지방자치·청소년문제 등 사회적 관심이 덜한 분야 등으로 활동을특화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의 작금의 현실을 볼 때 시민단체 감시를 위한 시민단체가 생겨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것같다.

김학준 전국팀기자 kimhj@
2001-02-09 6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