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극장 “돈벌이 급급 말고무대수준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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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2-21 00:00
입력 2000-12-21 00:00
중국의 톈진시(天津市)에는 음악청(音樂廳)이 있다.1921년 영국인들 이 세운 890석 짜리 공연장이다. 한 때는 중국인 실력자와 외국인 부호들이 모이는 최고급 사교장이었 다고 한다.지난 11일에는 서울팝스 오케스트라가 두 차례 공연을 갖 기도 했다. 극장의 역사는 내부에서 더욱 실감할 수 있다.서울팝스의 하성호 상 임지휘자도 “크기는 좀 작지만 러시아의 볼쇼이 가극장을 연상케하 는 분위기”라고 찬사를 보낼 정도다.2층 객석에서도 손끝에 닿을 듯 가까운 무대와 까다로운 성악가들도 만족감을 표시하는 음향도 큰 장점이었다. 문제는 이런 자랑거리를 펴보일 기회가 갈수록 줄어든다는 데 있는 듯 했다.발레와 연극·교향악 등의 공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정문 과 복도 곳곳에는 철지난 영화 포스터가 여럿 붙어있었다. 음악청 관계자는 “영화상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고 극구 변명했 지만,사실상 재개봉 시골영화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 다.아시아권 전체를 통털어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서양 공연문화의 뿌리가 깊은 극장이 왜 이렇게 쇠락했을까. 이유는 한가지로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음악청은 톈진시 문화국 소속기관. 중국이 개방경제체제를 도입한 뒤 우리식으로 표현하여 책 임운영기관(Agency)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책임운영기관이란 좋은 말로 하면 해당분야에 전문적 식견을 갖춘 기관장을 임용하여 경영의 자율성을 부여하되, 그 성과에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이다.그러 나 톈진 음악청에서 이 제도는 성격이 유지되든 말든,살아남으려면 무엇이든 무대에 올려 쥐꼬리만한 수입이라도 올려야하는 족쇄로 바 뀌어 있었다. 국내 국립극장도 책임운영기관으로 탈바꿈한 지 연말이면 꼭 1년이다. 국립극장은 22일부터 내년 1월14일까지 해오름극장에서 ‘지저스 크 라이스트 수퍼스타’를 공연한다.물론 록뮤지컬 ‘지저스…’가 철지 난 영화같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그러나 ‘나라를 대표하는 극장’ 이 연말 황금시즌을 흥행이 보장된 ‘안전빵’으로 때우는 모습에서 톈진음악청의 어두운 그림자를 발견한다. 다시 한번 정부에 권고하거니와 국립극장 같은 책임운영 공연장은 “ 얼마나 무대의 수준을 높였는가”가 우선적인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 다.“얼마나 돈벌이를 잘했는가”에만 치우칠 때 공연장의 존재 이유 마저 흔들릴 수 있음을 톈진음악청은 분명하게 보여준다. 서동철기자 dcsuh@
2000-12-21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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