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딩뱅크’ 차질 조급증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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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2-15 00:00
입력 2000-12-15 00:00
김상훈 국민은행장이 주택은행과의 합병 논의 중단을 선언함에 따라 은행권 구조조정은 다시 잠복기에 들어갔다.금융감독위원회가 충분한 사전 정지작업 없이 ‘밀어붙이다’ 사태를 악화시켰다는 비판론이 재정경제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여건을 감안하지 않고 몰아붙이기식으로 일을 추진하다가 시장과 사회적인 혼란만 초래했다는 것이다.그러나 우량은행간 합병을 통한 ‘리딩 뱅크’의 출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주장도 여전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당혹스런 정부=은행 합병으로 시중은행이 줄어드는 만큼 은행의 경영은 호전될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메가 뱅크’ 탄생으로 금융구조조정이 촉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런 차원에서 국민·주택은행 합병을 추진해왔다.하지만 노조 반발로 합병협상이 잠정 중단되자 금융당국은 당혹감과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은행합병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금감위는 “노조반발로 합병이 늦어진 것일 뿐”이라는 입장이다.하지만 재정경제부관계자는 “합병이 안되면 한빛·평화·광주·경남 은행 등으로 지주회사를 만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조급증이 문제=한 금융전문가는 14일 “고용불안이 팽배해있는 마당에 왜 부실은행과 상관없는 국민·주택은행 합병을 추진했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국민·주택은행 합병추진이 오히려 금융구조조정을 헝클어놨다는 것이다.

그는 “갑작스런 우량은행 합병 추진으로 이번주 중 지주회사 방식을 결정지으려던 일정만 늦어져 난맥상만 드러냈다”고 말했다.정부관계자들도 이런 지적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합병 추진은 금융감독위원회가 주도적으로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금감위는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4대부문 구조개혁 보고에서재경부장관이 총괄적인 보고를 해왔던 관례를 깨고 금융·기업구조조정 부문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정현기자 jhpark@
2000-12-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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