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자율 등교
기자
수정 2000-11-30 00:00
입력 2000-11-30 00:00
교육부가 입법예고했다는 것 가운데 토요자율등교제라는 것이 있다.
토요일에는 학생 사정에 따라 학교에 가도 되고 가지 않아도 된다는것이다.우선 내년부터 몇 년간 몇몇 학교에서만 시범적으로 해볼 것이라고 하니까,많은 학생들이 이 혜택을 누리려면 한참 기다려야 할것이다.
“학생 사정에 따라”라고 했으니 학생이 제 마음대로 학교 가기 싫으면 가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그것은 아닐 것이고 그렇게 돼서도 안될 것이다.부모가 주말에 데리고 조부모나 친척을 방문하거나 집안행사에 참여할 때 또는 함께 여행할 때,부모가 학교에 미리 알리면등교 의무를 면제해 주려는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그런 동반여행은 가족의 중요함을 깨닫게 하는 좋은 교육 기회가 된다.
그렇다 하더라도 ‘등교’와 ‘자율’이 함께 붙어 쓰일 만한 말은도무지 아닌 것 같다.지금 학교 교육이 죽었네 어쩌네 걱정들 해도학교에 가야 하는 날은 죽으나 사나 등교해야 하는 것으로 학생들도알고 있고 학부모도 그러하다.흔들리는 학교 교육을 마지막으로 붙들고 있는 닻줄이 어쩌면 이것일 수 있다.
등교는 학생의 의무다.이것만은 철칙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실질이어떻든 ‘자율 등교’란 말 자체가 벌써 그 철칙을 무르게 할 수 있다.말로라도 등교는 해도 되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으로 알게 할 여지를 두어서는 안된다.등교만은 자율일 수 없다.
토요자율등교제를 하면 토요일에는 학교에 나온 학생과 나오지 않은 학생이 생긴다.학교에 나온 일부 학생들만을 데리고 어떤 수업을 할까.자칫하면 토요일은 등교하는 데만 뜻이 있을 뿐,한나절을 어영부영 보내기 쉽다.그렇게 되면 어떻게든 부모를 설득해 등교하지 않을이유를 만들고 싶지 않을까.과외공부 시키는 데나 보내고 싶어하는부모도 나올 듯하다.
그렇게 해서 ‘등교’라는 것의 의미가 전 같지 않게 퇴색된다면 평일 등교에도 영향을 끼칠지 모른다.토요일 ‘자율’의 풀어진 분위기가 평일에까지 옮겨져 그러지 않아도 점점 힘을 잃고 있는 학교 교육이 더 허해질 수 있다.
토요자율등교제는 토요격주등교제를 거쳐 주 5일 수업제로 가는 첫단계로 해 본다는 것이다.시범 운영하면서 문제점들을 고쳐 나가겠지만,먼저‘등교’와 ‘자율’을 함께 쓴 용어부터 고쳐 학교를 가도되고 가지 않아도 되는 것처럼은 느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좋겠다.
△박강문 논설위원 pensanto@
2000-11-30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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