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적 정체성’ 딜레마 빠진 李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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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1-17 00:00
입력 2000-11-17 00:00
차기를 노리는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이념적 불투명성과 정체성의 결여가 당내 폭넓은 보혁(保革) 스펙트럼을 직간접으로 조장·방치한결과 김의원의 극단적 발언을 자초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른바 이총재의 이념적 ‘양다리 걸치기론’을 언급하면,이총재와그의 측근들은 “그렇지 않다”고 반론을 제기한다.하지만 대권(大權)을 겨냥해 보수도 개혁도 포기하지 않고 아우르겠다는 이총재의 사상적 지향점이 보수와 혁신 양쪽 유권자들에게서 고른 득표를 얻겠다는 기회주의적·권력지향적 발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이총재측은납득할 만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김의원의 발언이 한편으론 정치권의 부정적인 치부를 드러냈지만,다른 한편으로는 그동안 당내에서 금기시된 이총재의 이념적 정체성을 ‘공론의 장(場)’으로 끌어올리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도 듣고 있다.
영남권의 한 부총재는 16일 “이총재의 애매모호한 이념적 자세가김용갑 의원의 수구적 발언과 맞물리면서 소속 의원들 사이에 엄청난 동요가 일고 있다”고 전했다.보수성향의 옛 여권 출신이든,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이든 이총재의 이념적 정체성에 회의를 품고 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이총재의 한 측근은 “지난 대선에서 전통적 여권 성향인 이북 출신 유권자의 30%가 이총재에게 등을 돌렸다”면서 “이탈 폭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고민을 털어놨다.이총재가 개혁성향의 젊은 층은 물론 김의원의 발언 기조에 심정적으로 동조하는일부 보수세력에게조차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총재의 이념적 ‘딜레마’는 바로 여기에 있다.겉으로는 개혁을지향하는 보수,개혁하는 보수를 이념적 색깔로 내세우지만,현실적으로는 개혁세력에게도,보수세력에게도 ‘투명한’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신과 체험에 의한 이념적 성향보다 득표 전략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정치인 이회창’의 현실적 한계가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박찬구기자
2000-11-17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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