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시론] 정치 선진화가 경제위기를 극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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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0-23 00:00
입력 2000-10-23 00:00
우선 여당의 책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집권 초기에는 집권경험이없어 시행착오가 어느 정도 용인됐으나 2년 반 집권후 지금 그러한변명은 통하지 않는다.여소야대의 정치구조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없다고 할지 모르나 미국 같은 선진국에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도 정국안정은 유지되고 있다.정당의 목적이 정권을 잡는 데 있기 때문에야당이 집권여당의 개혁정책이 성공하기를 바라지 않을 수 있음을 감안,여당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여당의 정책이 옳다면 직접 국민을설득해 여론을 이끌어 야당의 주장을 압도하고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국민의 여론에 단순히 추종할 것이 아니라 인내심을 갖고 설득해 여론을 선도할 수 있는 자신감 있는 여당이 돼야 한다.외국 투자자들의 지적처럼 구조조정도 성공하고 노사안정도 달성하기에는 현실적인한계가 있다.경쟁력 강화로 인한 실업 감소를 위해서는 당장의 실업을 어느 정도 감수할 수 있는 용기가 여당에 필요하다.돌팔매 맞을각오로 노조를 설득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정부 여당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남북문제도 경제가 뒷받침될 때가시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남북분단의 상징인 단절된 경의선 복원공사 기공식이 있던 날 주가가 사상 초유의 하락을 보임을 결코 가볍게 보아서는 안된다.정부 여당은 시장을 존중할 줄 아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야당의 책임 또한 여당 못지 않게 크다.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정책대응 미숙으로 IMF라는 국난을 겪었음을 결코 망각해선 안된다.위기를 초래한 정당으로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된다.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에서 위기극복에 정파를 초월해 협조해야 한다.경제위기 재발을 방지할 개혁입법을 주도적으로 끌고 갔더라면 국민의 믿음이 높아져 다음 정권을 획득할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그러나 야당이 제안한 개혁입법이 많아 보이지 않는다.정권을 잃은 허탈감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특정지역을 볼모로 후진적 정치를 펼치는 한 정권 재탈환의기회는 멀어질지 모른다.집권 여당의 실수로 반사적인 이득이나 누리려 해서는 안된다.국가채무나 국부유출과 같은 수치 나열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규모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합리적인 해법이 필요하다.
우리 정치를 선진화시키는 길은 국민들이 현명해지는 수밖에 없다.
이제는 경제위기를 초래한 자들이 누구냐를 따지기보다 초래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어느 정당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위기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했는지는 분명히 기억해야 한다.국민들은 어느 특정인 누가 정권을 잡느냐보다 국민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경제적으로살기 편하게 해줄 사람을 필요로 한다.이제는 스스로 지역의 노예에서 탈피해 세계의 지도자와 겨눠 손색이 없는 지도자를 양성해야 한다.그런 정치 지도자만이 경제위기 재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최운열 서강대 교수·한국증권연구원 원장
2000-10-2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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