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금융불안 해소가 열쇠다
수정 2000-10-22 00:00
입력 2000-10-22 00:00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올해 8.9%보다 낮은 5.4%로,경상수지 흑자규모는 112억달러에서 68억달러로 각각 낮춰잡은 반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2.5%에서 3.7%로 올렸다.한마디로 내년에는 성장률과 경상수지 흑자폭이 줄고 물가는 더 오르는 등 경제여건이 올해보다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KDI의 이런 수치는 분명히 경기둔화 전망을 반영한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경기의 급강하’ 조짐이나 ‘위기’로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본다.미국 정책 당국자들이 올해 자국의 상반기 5%대 성장률을‘과열’로 간주하고사상 최대의 미국 무역적자에 대해 ‘별 문제없다’고 강조하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무엇보다 우리는 10%가 넘는 고성장이어야 한다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야 한다.5%대 성장률은 선진국과 비교해 여전히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내년 3%대의 물가상승률은 유가인상에 따른 영향이지만 그밖에 투기 등 수요 압력이 없다는 점에서 큰 걱정거리가 못된다.여기에 최근의 소비감소 추세가 계속돼 경상수지 흑자기조를 유지할 경우 경제는그야말로 연착륙을 달성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KDI의 지적대로 금융불안에 있다.요즘 국내외 금융여건은 좋지 않다.미국과 일본의 주가가 최근 급락해 거품 붕괴 현상이 국내에 파급될 우려도 있다.국내 금융여건도 좋지 않다.기업부실이 금융기관으로 전가되면서 자금시장 경색이 나타나고 그 여파로 실물시장이 위축되는 조짐이 있다.자칫 금융불안이 경제의 발목을 잡아 실물경기를 더 하강시킬 가능성을 차단해야 한다.
외국변수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국내 금융의 불안요인은 빨리 제거해야 한다.KDI의 권고대로 금융기관 부실을 초래하는 기업을 과감히퇴출시키는 작업이 그래서 필요하다.또 금융기관들도 ‘강한 구조조정만이 살 길’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한다.정부는 구조조정을 제대로 하기 전에는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지원해 주지 않겠다는 각오로빠른 구조조정을 유도해야 한다.
2000-10-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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