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언내언] 頭髮 자율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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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10-06 00:00
입력 2000-10-06 00:00
가위를 든 경찰이 길 가던 청소년을 붙들고 두발검사를 하던 시절이있었다.그 무렵 쥐 파먹은 것 같은 머리를 오기로 깎지 않고 다니던반항아들이 더러 있었다.경찰이 시비하면 “방금 잘렸다”고 둘러대고.그때 그 반항아들이 지금은 중·고교생 자녀를 한두명쯤 둔 중년이 됐다.싸우면서 배운다던가.악착같이 장발을 고집하던 그들 대부분이 요즈음 청소년의 울긋불긋한 두발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겠다는말을 많이 한다.
최근 학생들의 집단행동으로까지 번진중·고교 두발자유화 문제도 70년대 단발령에 반항하던 오늘의 어른들이 청소년의 심리를 이해하지 못한 데서 기인했다고 보면 된다.더 큰 억압에 짓눌려 머리쯤은 큰이슈가 되지 않던 그 때와 달리 요즈음 청소년들은 표현의 자유가 억압당하는 것을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양이다.인터넷과 집회를 통한이들의 저항이 예사롭지 않자 드디어 교육부가 손을 들었다.“학생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학교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지시,사실상 자유화를 허용한 것이다.아울러 등교길에서 가위로 머리자르기,강제이발 등 비인격적인 두발규제는 하지않도록 당부했다.
학생 두발 문제는 지난 1985년 이후 학교 자율사항이었으나 이번에교육부가 구성원들의 의견 존중과 토론회 의무실시를 지시함에 따라그동안 학교장 독단으로 시행해온 강제적 두발 규제는 최소한 완화되거나 철폐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교육부의 이같은 지침을 두고 노랑머리는 물론이고 앵무새·말갈기 등 기상천외한 헤어 스타일을 교실 안에서 보게 될 것이라며 걱정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정작 풀어주면잠시 유행하다 말 것이라고 낙관하는 교사도 있다.어쨌든 이제 각 가정에서도 ‘천연색 두발’로 인한 부자간의 기싸움에서 아들쪽이 한결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은 틀림없어 보인다.
이쯤되면 이제 기성세대가 생각을 바꿔야 할 때인 것 같다.바꾸지않으면 오히려 신발에 발을 맞추려는 억지 꼴이 되기 십상이다.하기야 쉽게 길들여지는 것보다 싸워서 자율을 얻어낸 오늘의 청소년들이 오히려 희망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붕어빵 찍어내듯 기성세대 입맛에 맞는 젊은이들만 양산해서는 역사가 제자리 걸음을 할 게 아닌가.
억압받지 않고 자란 오늘의 젊은 세대는 다음 세대를 억압하지 않을것이고 이렇게 자유로운 환경에서 자란 그 다음 세대는 창의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그러나 등·하교 길을 상급생 인솔하에 열지어 다닌 기성세대 눈에 오늘의 젊은이가 마뜩찮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김재성 논설위원 jskim@
2000-10-06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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