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기획과 예산 그리고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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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9-08 00:00
입력 2000-09-08 00:00
기획예산처 책임자로 임명되어 11년 만에 다시 예산 업무를 맡게 됐다.실무 책임자로 일했던 옛 경제기획원 시절과는 달리 이번에는 예산만 다루는 게 아니라 공공부문의 재정 및 행정개혁까지 총괄하게돼 한층 어깨가 무겁다.

세계화의 거센 파도가 국경을 비웃으며 사정 없이 밀려드는 21세기무한 경쟁시대에 우리나라의 한정된 자원을 가장 지혜롭게,그리고 최대한 효율적으로 집결·배분·집행할 수 있게끔 정부가 솔선수범하는일에 앞장서는 것이 국민과 임명권자에 대한 필자의 으뜸가는 책무라고 나름대로 여기고 있다.

기획과 예산이란 원래 동정의 앞뒷면과 같은 것이다.둘을 서로 떼어생각할 수 없다. 순서로 보면 기획이 먼저다.좋은 기획이 있어야 그것에 맞춘 예산이 나오게 돼 있다.기획이 제대로 되고 그것을 뒷바침하는 예산이 알맞게 주어진다면 기획의 본래 취지를 온전하게 살리면서 사업을 순조롭게 집행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기획이 훌륭하게 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집행할예산이 없으면 애당초 기획이 없었던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점에서 예산 또한 기획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국 포드자동차 사장으로 있다가 고(故)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요청으로 입각해 61년부터 67년까지 국방장관을 지낸 로버트 맥나마라는 흔히 미국의 베트남전 참전을 지휘한 민간 지도자로 널리 알려져있다.그는 지난 95년 베트남전을 회고한 역저 ‘되돌아본다-베트남의비극과 교훈’을 펴내기도 하였다.국방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는 세계은행 총재를 지냈지만 사람들은 ‘맥나마라’라고 하면 곧바로 베트남전을 떠올린다.

맥나마라는 베트남전의 명 지휘관이기도 했지만 탁월한 예산제도 수립의 공로자이기도 하다.그가 국방부를 맡기 전 방대한 미국 국방예산은 방만하게 집행되고 있었다.그러나 포드에서 경영 수업을 쌓은그가 펜타곤(국방부) 책임자로 들어가면서 국방예산에는 선진적인 PPBS(프로그램 기획예산제도)가 본격적으로 도입되어 예산운용에 신기원이 수립됐다.

사업 하나하나를 꼼꼼히 기획하여 그에 합당한 예산을 책정하는 것이야말로 국가 안보를 맨 앞에서 책임진 미국 국방부에는 전투력 향상에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었을 것이다.맥나마라 장관이 40년 전 세워놓은 예산시스템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국 국방예산 편성의 기본뼈대가 돼 있다.

경험을 쌓은 일이라며 쉬워하지도 않거니와 한동안 멀리했던 일이라며 어려워하지도 않는다.2차대전 영웅 몽고메리 원수의 이 말을 명심할 뿐이다.“계획(plan) 자체는 아무 것도 아닐지 몰라도 기획(planning)은 모든 것이다” 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
2000-09-08 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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