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록듀오 ‘자게 앤 아스카’ 서울 공연
기자
수정 2000-08-28 00:00
입력 2000-08-28 00:00
26일과 2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일본의 정상급 록듀오 ‘자게 앤 아스카’의 공연은 일본 대중음악의 위력을 실감케한 공연이었다.일본 가수가 2,000명 이상의 한국 관객을 상대로 일본어로 노래한 것은 이번이 처음.아스카(본명 미야자키 시게야키)는 감격스러운지 “제가 정말 서울에서 일본어로 노래하는 것이 맞습니까”라고 몇번씩 되뇌었다.
폭우가 퍼붓는 날씨에도 26일 공연장에는 일본에서 날아온 3,000여명의 팬들과 주한 일본인,이달초 결성된 국내 팬클럽 회원 등 6,000여명이 운집했다.자게 앤 아스카는 ‘세이 예스’‘러브 송’‘야야야’ 등 히트곡 20여곡을 140분동안 열창했다.아스카는 “이희호여사로부터 내년 봄 판문점에서 개최되는 통일콘서트에 참가해달라는 제의를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녕하시무니까' 두사람은 공연 내내 스케치북이나 노트에 미리적어놓은 인삿말을 한국어로 전하는 정성을 보였다.자게(본명 시바타 슈지)는 자신의 이름을 한글로 적은 스케치북을 펼쳐보이며 “안녕하시무니까.감사하무니다”를 연발했고 아스카는 “한국과 일본이 과거 불행한 역사를 경험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가까운 나라끼리 힘을 모아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자”고 힘주어 말했다.
두 사람은 마지막곡을 부르며 태극기와 일장기를 함께 흔들기도 했다.공연 초반 어색해 하며 앉아만있던 국내 관객들도 분위기가 무르익자 모두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아스카는 “가수생활 22년만에 처음으로 무대에서 눈물을 흘리느라”한동안 노래를 잇지 못하기도 했다.
당초 젊은 여성이 주류를 이룰 것으로 보였던 일본인 팬들 가운데는머리가 희끗희끗한 중장년들과 주부도 많아 눈길을 끌었다.기모노를입고 나온 일본 관객과 한복 정장을 곱게 차려입은 일본인 유학생들이 눈길을 끌었다.
●치밀한 마케팅 이윤희(33·서울 중곡동)씨는 “생각했던 것보다 아스카의 가창력이 뛰어났고 라이브 콘서트에 어울리게 편곡한 솜씨도빼어났다”며 “무엇보다 쉬지 않고 열창한 이들의 ‘힘’에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공연 수익금 5억원이 한국여성기금에기부되는 만큼 이들 듀오는 개런티가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은 지난 달 25일 한국기자들을 도쿄로 불러들여 기자회견을 갖고 이달초 국내 팬클럽 결성식에 이들을 참석시켜 종군위안부 출신 할머니들을 위문케 하는 등 ‘내공’을 들였다.
일본 팬들의 관람문화도 본받을 만 했다.무엇보다 질서정연했고 환경운동 차원에서 쓰레기를 줍는 성숙된 자세를 보였다.주부 마스자키요시에(35)는 “서울공연에 못온 친구들에게 주겠다”며 공연 팜플렛을 모으기도 했다.
●일본음악 붐 일어날까 아직까지 일본어 음반은 발매가 금지돼있는관계로 영어 음반만이 판매되지만 자게 앤 아스카의 공연으로 상당한 붐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자게 앤 아스카의 내한공연에 발맞춰 지난 96년 막시 프리스트,보이조지 등 유럽 뮤지션과 함께 영어로 불렀던 앨범 ‘원 보이스’가 국내 발매됐고 10대 댄스그룹 ‘드림스 컴 트루’의 ‘싱 오어 다이’도 나왔다.9월말에는 일본 10대음악의 기수 아무로 나미에가 잠실 올림픽주경기장 무대에 선다.
하지만 많은 일본음악산업관계자들은 음악 외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는 인상이다.자게 앤 아스카 소속사인 리얼캐스트의 와타나베 데츠지 사장은 “들어보지 못한 음악이라 일시적인 붐은 만들어질지 몰라도 자국어로 노래를 부르고 듣고 싶어하는 욕구 때문에 붐은 곧 사그라들 것”이라고 내다봤다.국내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와 크게 다르지않다.
임병선기자 bsnim@
2000-08-28 1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