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굄돌] 나는 이 순간 몰입하고 있는가
기자
수정 2000-08-24 00:00
입력 2000-08-24 00:00
여기 물 한 컵이 놓여있다고 하자.그 물 컵에는 물이 반쯤 들어 있는데 이를 half full 즉 그래도 아직 반이나 차있다고 보는 사람은사물을 낙천적으로 보는 사람이고,half empty 즉 벌써 반이나 비었다고 보는 사람은 매사에 비관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그런데 이 사람의 말은 좀 달랐다.뭘 그걸 반이 찼고 비었고 따지느냐는 것이었다.그냥 얼른 물 잔을 들어 벌컥 마셔버리면 되는 것을….즉 선이라 함은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말고 현재이 순간에 바로 실천으로 옮기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었다.그것이 선에 관한한 맞는 말이고 아니고는 나에게 별로 중요하지않았다.
다만 무릎을 치게 만든 것은 나 자신이 이것 저것 하는 일없이 바삐 시간을 쪼개어 살아가다 보니 딸 아이와 동화책 한 권을 읽는 중에도 머리 한 구석에는 “이거 빨리 하고 원고 써야 되는데”“이 시간에 출판사에 전화해 줘야 되는 것 아닌가”하는 딴 생각에 글 한 줄에도 나 자신을 몰입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던 차에 이것 저것 생각을 꼬아 하지 말고 그 시간에 얼른 행동으로 옮기라는 그의 말이 크게와닿았다는 것이다.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순간,나는 과연 나 자신을 몽땅 이것에 빠져들게 하고 있는가 다시 생각해본다.그렇지 못하다면 나는 과거도 미래도 이 순간마저도 다 놓쳐버리고 있는 것이아니겠는가.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다.
이 보 영 교육방송
2000-08-24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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