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수·입양아들의 짧은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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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7-28 00:00
입력 2000-07-28 00:00
사형수가 미국으로 입양됐던 핏덩이 아들을 28년만에 만나 뜨거운 눈물을흘렸다.

성모씨(52)는 27일 오후 광주교도소에서 아들 도진철씨(28·미국명 에론 베츠)를 힘껏 껴안으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훌륭하게 자랐구나.나를 용서해 주겠니” “용서라니요.이젠 힘들어 하지마세요” 통역관 사이를 오가는 말이었지만 전혀 낯설지 않았다.성씨가 품속에서 꺼낸 사진 속에는 진철씨의 어릴적 모습이 생생히 남아 있었다.

“엄마 사진은 있어요” “미안하다.구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작달만한 키,오똑한 콧날,시원스런 눈매 등 누가 봐도 둘은 영낙없는 부자지간이다.

이어 진철씨는 교무과 시멘트 바닥에서 아버지에게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큰절을 올렸다.“아버지 용서합니다.저를 태어나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아들은 미국에 있는 가족들의 사진을 아버지에게 내보이며 양아버지의 안부도 잊지 않았다.미국에서 가져온 선물을 꺼냈다.만년필이었다.“아버지 매일저에게 편지 쓰세요” 성씨는 “말할 수 없이 기쁘다.와줘서 정말 고맙다“며 아들의 등을 토닥거렸다.

그는 군생활중이던 73년초 생후 6개월 된 아들을 면회소에서 본 게 마지막이었다.그후 아내 도진숙씨는 건강악화로 숨졌으며 이후 진철씨는 79년 광주의 한 보육원에서 미국으로 입양됐다.이때 엄마의 성을 따라 도씨로 호적에올려졌다.

진철씨는 96년 부모를 찾기 위해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면서 1년동안 백방으로 노력했으나 실패하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성씨는 97년 1월 교도소에서 신문을 보고 아들이 자신을 애타게 찾고 있음을 알았다.지난해 청와대 등에 탄원서를 제출해 마침내 상봉이 이뤄졌다.

성씨는 94년 서울 하월곡동 모녀 살인사건으로 사형을 선고받고 95년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광주교도소에 수감중이다.

광주 남기창기자 kcnam@
2000-07-28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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