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포럼] 高齡化 사회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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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7-12 00:00
입력 2000-07-12 00:00
그러나 정년 퇴직후 죽음까지의 여생을 맞는 대부분의 노인의 삶은 그리 화려하거나 안정적이지 않은 것같다.70대초반의 장인어른은 “이렇게 살아서는안되는데…”라며 혀를 찼다.치매에 걸린 70대중반의 사돈과 80대의 둘째 형을 문병한 후였다.요양원에 입소한 사돈은 사람도 못 알아볼 정도로 정신이오락가락한다. 특히 80대형의 아내는 70대 꼬부랑 할머니로 대소변도 가리지 못하는 남편의 온갖 수발을 드느라 허리가 더 휘어질 지경이다.
한때 유행어였던 ‘다 쓰고 죽어라’는 극소수의 사치일 뿐이다.대부분 용돈도 궁한 노인들은 자식들의 짐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다.그렇지 않으면 병과 정신의 쇠락이 노후를 기다리고 있다.건강하면서도 돈과 시간이 부족했던젊은 시절이 가고 돈과 시간을 얻은 노인도 건강 피폐로 망가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우리나라의 65세 인구가 지난 7월1일자로 7%를 넘어 이른바 ‘고령화사회(aging society)’로 접어들었다.오는 2022년에는 그 비율이 2배인 14%로 늘어날 것으로 보여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고령인구가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노인인구가 급격히 늘면 노동계층의 연금부담이 가중되는 등 경제적으로 문제가 적지 않다.특히 사회 복지제도가 아주 허술한 우리나라에서 건강이 나쁘거나 경제력이 약한 노인들은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질 지경이다.원론적인 대책은 다 안다.나라에서 노인복지 예산과 병든 노인이 갈만한 시설도 늘려야 한다.더욱이 평균 수명 남자 70세와 여자 78세인데도 60세 이전으로 되어있는 대부분 직장의 정년퇴직연령도 높여야 한다.
이런 당위론에도 불구 경제적 여유,일자리와 건강 등 노년의 행복에 필요한요건을 국가와 사회가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기업들도 노인에게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영국 런던 등처럼 유적지에서 머리가 하얀 백발 노인들이 관광안내를 하는 모습을 우리는 보기 힘들다.오히려 구조조정으로 직장의은퇴연령이 더욱 낮아져 증권사를 거친 40대 중반의 컨설팅회사 상무가 “증권계에서는 적어도 50대 초반이면 노인”이라며 쓸쓸해 할 정도이다.
따라서 나이가 들면서 점차 인생의 ‘비무장지대’로 들어서는 개인들은 스스로 방어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가나안 농군학교 교장 김평일 장로가정리한 ‘노인 십계명’은 음미할 만하다.즉 ▲현재에 충실하자 ▲긍정적인사고를 갖자 ▲끊임없이 능력을 개발하고 사회에 기여하자 ▲건전한 취미활동 ▲담배와 노름 등 잡기를 금하고 근검한 생활을 한다▲스스로 일해 의존적인 삶에서 탈피한다 등이다.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처럼 자원봉사로 목수 일을 하고 어느 전직 그룹부회장처럼 호텔 서비스맨으로 과감히 변신하는 자세가 필요할 지 모른다.청장년들도 다가올 노년을 담담하게 준비할 필요가 있다.4년전 시중에서 회자된 ‘나이든 사람 지혜롭게 살기’지침처럼 “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그러나 정말로는 돈을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라는 익살도 기억해야 한다.우선 절약하고 신체적,정신적으로 건강하게 살 일이다.
李商一 논설위원 bruce@
2000-07-1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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