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된 南北 물줄기…통일의 힘찬 물살로
기자
수정 2000-06-15 00:00
입력 2000-06-15 00:00
두타연은 북녘땅 철원군 수입면에서 발원한 수입천 물과 남녘의 대우산(1,178m)에서 흘러내린 물이 희멀건 포말로 부서져 파로호를 거쳐 한강,서해로 흘려보내는 곳.
또한 이곳은 옛 선인들이 걸어서 금강산으로 오르던 길목.불과 100리,하루남짓 걸리는 여로다.실제로 두타연에서 백석산(840m)과 가칠봉(1,242m) 능선사이를 헤집고 자동차로 10분을 더 오르면 비무장지대.이곳에선 금강의 비로봉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XX사단 부대안 흙먼지 길을 20분쯤 터덜터덜 올랐다.도로에서 오른쪽으로 발길을 옮기니 맑고 짙푸른 물이 아늑하기 그지 없다.남북 정상이 손을 맞잡는장면을 보고 또 본 한민족의 웃음띤 얼굴처럼 평온했다. 통일이 하나됨을 의미하느냐고 묻는다면 이 포말들은 그 대답을 온전히 전할 수 있으리라.
아늑함을 더한 것은 통일의 염원을 담은 물이 기묘한 모양의 바위두 쪽 사이로 떨어지고 있었는데 자세히 보니 형상이 여인의 음부와 닮았다.불경스러운 표현이라구.
안내하던 사단 관계자는 “표현은 그런 면이 없지 않지만 남과 북이 한 데만나 화합수를 떨어뜨리는 걸 보면 절묘하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계속 흐뭇해한다.
원래 두타연 왼쪽에 있던 정자는 환경단체 등의 지적에 따라 철거됐다.또한7m의 수심을 자랑하던 연못에는 지난해 수해 탓에 자갈더미가 쌓여 비경에흠집을 내고 있었다.
부대측은 포크레인 등을 동원,자갈을 긁어내려 했으나 환경단체가 ‘자연의힘’에 맡기자며 말렸다고 했다.아기자기하고 조용한 연못에 조금 실망했던마음은 연못 입구로 다시 나와 왼쪽 동산을 오르며 환한 즐거움으로 바뀌었다.두타연의 진면모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백석산 줄기를 휘감아 4㎞ 지척인 북쪽에서 층층이 계곡을 이루며 밀려오던계류는 밀고 당기며 화합을 이루어낸 우리 민족처럼 연못 바로 위에서 뒤엉키며 하나가 됐다.계류는 3중 폭포로 부서진다.폭포마다 4∼5명 가족이 들어가 즐길만한 욕조 크기다.
두타연은 또남한 최대의 열목어 서식지로도 이름높다.30∼40㎝크기의 열목어 20마리가 산다는 것이 지난해 지표조사를 벌인 문화재청의 분석.쉬리 등8개 어종이 함께 살고 있고 보기드문 철새로 알려진 매사촌과 다른 지역에선찾아보기 어려운 가는 오이풀,큰방울새 난군락이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바로 옆 두타사는 조선시대 이괄의 난때 출정한 임경업장군이 수도정진한 곳이어서 관심을 끌었지만 지뢰밭이어서 접근할 수가 없었다.
두타연을 굽어보는 산줄기는 ‘단장의 능선’(heartbreak ridge).곳곳에 잘게 쪼개진 돌천지가 눈에 들어온다.북한군을 휴전협상에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던 이곳 전투에서 워낙 미군의 폭격이 심해 암벽이 모두 잘게부서졌다고 했다.이곳 일대에 퍼부어진 폭탄은 5만파운드 이상.어쩌면 이곳전투에서 숨진 많은 젊은이들의 고귀한 생명이 두타연의 비경으로 꽃피워졌는 지도 모른다.
155마일 휴전선 가운데 가장 높은 지역에서 북쪽을 굽어볼 수 있다는 가칠봉의 을지전망대에선 일반인들도 1주일전 신청을 하면 금강산 연봉 줄기를 관람할 수 있다.가칠봉은 이름 자체가 금강연봉에 한 줄기를 더한다는 뜻.전망대 바로 아래쪽의 2,050m길이 제4땅굴도 들러볼만 하다.화요일은 모두 쉰다.
양구군에서는 두타연과 을지전망대,펀치볼지구 등을 묶어 통일안보관광지로육성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양구군청 문화관광과 (0364)4802251.
두타연에서 나오면서,군차량이 일으키는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생각했다.어디두타연 뿐이겠는가. 한강 어귀 교동도에서 시작해 개성 남방 판문점과 중부철원·금화를 거쳐 동해안 고성 명호리에서 끝나는 길이 248㎞,폭 4㎞의 비무장지대와 그 남쪽 1∼13㎞의 민간인통제지역,50년동안 사람의 발길을 허락하지 않았던 접경지역 6억5,000만여평에 두타연보다 더 빼어난 비경이 없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통일이 오면 이 비경들을 소개할 꿈에 젖어 흙먼지 바람도 생명이 약동하는 봄날의 꽃가루로 보였다.
양구 임병선기자 bsnim@
2000-06-15 18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