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아라 리 작품… 23일부터 한달간 아트선재센터서
수정 2000-06-05 00:00
입력 2000-06-05 00:00
아트선재센터는 무한반복되는 전자음악의 연대기를 담은 다큐 필름 ‘모듈레이션’을 오는 23일부터 다음달 23일까지 상영한다.동시대 젊은이들의 생활 양식을 지배하고 있는 하나의 이데올로기로서의 테크노 문화에 대한 깊이있는 고찰을 접할 수 있다.
영화는 테크노 DJ와의 인터뷰로 75분을 일관한다.다소 지루할 수도 있는 전개방식이지만 현대 문명의 다양한 모습들을 집약한 필름의 삽입으로 피해가고 있다.
‘모듈레이션’에서 감독 이아라 리는 20세기가 이룩한 가장 심오한 예술적성취 가운데 하나인 전자음악의 진화를 쫓는다.크라프트베르크의 혁신적인신시사이저,조지 모로더의 차가운 유로 디스코,아프리카 밤바타의 일렉트로펑크,그리고 현재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프로디지까지 이 영화는 포스트 휴먼 테크노 사운드의 유목민적 결합을 복제하고 조명한다.
놀라운 것은 이아라 리가 앨빈 토플러와의 인터뷰에서 끌어낸 말, “데카르트 이후 서구인들은 사물을 잘게 쪼개 분석하는 데 열중해왔다.그런데 되돌려 놓는 데는 등한시했다.” 이 말이 지닌 함의는 최근의 테크노 음악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 그런 점에서 이 다큐필름은 관객들로 하여금 문명사적 의문을 갖게 하고 이를 즐기게한다.
영국 DJ의 “속도를 즐기는 거죠”란 말과 독일 DJ가 “파시즘이 유럽을 지배했던 건 광기 때문이 아니라 권태 때문이었다.누구도 진정으로 변화하기를원치 않는 거죠”란 말,그리고 미국의 한 하우스 DJ가 내뱉은 ‘노 센스 이즈 굿,넌센스 이즈 굿’이란 말들은 여운을 깊게 남긴다.
분당 133비트에 담긴 기계음,그 속에 배태된 인간문명에 대한 총체적 의문을 떠올리게 하는 멋진 작품이다.
아트선재센터는 이아라 리 영화주간을 통해 ‘모듈레이션’ 외에 인위적인현대문명의 허상을 짚어보는 ‘신서틱 플레저스’도 상영한다.
임병선기자
2000-06-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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