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총리 “우리는 닮은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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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5-31 00:00
입력 2000-05-31 00:00
먼저 예기치 않은 전임자의 ‘불행한 사태’로 갑자기 총리자리에 올랐다는점이 닮았다.모리 총리는 오부치 게이조(小淵惠三) 전총리가 지난 4월2일 뇌경색으로 갑자기 쓰러진 지 나흘 만에 총리 자리에 올랐다.이 총리서리도 박태준(朴泰俊) 전총리가 지난 19일 재산 명의신탁 파문으로 사퇴한 지 나흘 만에 총리에 지명됐다.
정치 역정도 비슷한 점이 많다.경력으로만 따지면 69년 중의원에 첫 당선된모리 총리쪽이 12년 ‘선배’(이총리서리는 81년 11대 국회에 첫 진출)다.그러나 정계 입문 이후 집권당과 정부에서 요직을 두루 거친 점은 닮았다.
이총리서리는 84년 초선으로 당시 여당인 민정당 사무총장에 발탁됐으며 그뒤 3차례 원내총무,정책위의장,내무부장관을 두루 맡았다.모리 총리는 93년집권 자민당 간사장(사무총장)을 지냈으며 얼마전 총리직에 오르기 전까지두번째 간사장을 역임했다.이밖에 당 정조회장(정책위의장)을 지내면서 정책쪽으로 시야를 넓혔으며 정부에서는 건설·문부·통산상을 지냈다.
개인신상도 비슷한 면이 많다.나이는 이총리서리(66세)가 모리 총리보다 세살 위다.몸집도 큰 편이어서 모리 총리는 몸무게가 98㎏이고 이 총리서리는84㎏이 나간다.키는 이총리서리가 178㎝로 모리 총리보다 3㎝가 크다.모두내로라하는 ‘두주불사(斗酒不辭)’형이나 최근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술을자제하고 있다.다만 이총리서리가 예전에 폭탄주를 애호한데 비해 모리 총리는 위스키 언더락스를 좋아한다고 한다.
29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에서 30분간 가량 진행된 양국 총리 회담은 두 사람이 구면인 덕에 시종 화기애애했다고 한 배석자가 전했다.80년대 초반 이총리서리가 민정당 국회의원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 모리 총리를만난 적이 있다고 인사를 하자 모리 총리는 “기억난다”고 활짝 웃었다. 모리 총리는 “나보다 체격이 큰 정치인은 드문데 이총리는 나보다 크다”고얘기를 이끌어나갔다.
황성기기자 marry01@
2000-05-3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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