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호교수 ‘사회주의계열 독립운동’ 주제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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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5-22 00:00
입력 2000-05-22 00:00
현재 국내의 공식적인 독립운동사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다.사회주의 계열이 벌인 독립운동은 아직 그늘에 묻혀 있기 때문이다.그 ‘나머지반쪽’에 대한 재평가를 공개 논의한 첫 세미나가 지난 20일 서울 대우재단빌딩 3층 강연실에서 열렸다.

한국민족운동사학회(회장 박영석 전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가 마련한 이 세미나 주제는 ‘한국민족운동의 쟁점:사회주의운동의 민족적 성격과 광복군비호대의 실체’.이날 발표문 3편 가운데 황민호 숭실대교수의 ‘동북항일연군(東北抗日聯軍)의 민족적 성격’은 특히 눈길을 끌었다.훗날 북한 권력의핵심부가 된 김일성 최용건(최석천)김책 등의 활동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요약한다.

1931년 9월18일 만주사변이 발발한 뒤 만주에서는 다양한 세력이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했다.이 가운데 중국공산당 산하로 체계화한 세력은 항일유격대-동북인민혁명군-동북항일연군으로 조직의 내용과 명칭을 바꿔가면서 오랜기간적극적인 무장투쟁을 전개했다.이 과정에서 만주에 있는 한인들이 한 일과그 성과는 대단히 컸다.

그러나 이들의 투쟁은 공산주의 이념을 바탕으로 중국공산당 아래서 중국혁명의 하나로 전개됐다.또 참여자 일부가 나중에 북한정권 핵심부를 장악해이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민감한 문제로 남아 있다.

과거에는 이들의 투쟁이 궁극적으로 중국 공산혁명을 위한 것이므로 우리 독립운동사로 이해하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그러다 80년대후반부터 이들의 활동을 민족 독립운동의 하나로 평가해야 한다는 견해가적극적으로 제기됐다.아울러 그 조직에 관해서도 ‘중국에 예속된 것이 아닌,한국과 중국의 민족연합적 부대’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러나 동북항일연군 결성을 전후해 발표된 여러 문건을 검토해 보면,항일연군은 민족연합을 상정하고 결성된 조직이 아니라 계급연합적 성격의 항일부대라고 생각된다.다만 한인대원들이 활발한 무장투쟁을 전개한 점은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동의해 가는 추세이다.



항일연군에서 한인들은 커다란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이며,이는 결성 당시중국공산당이 한인들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한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있다.또 항일무장투쟁에 참여한 한인들은 일제의 만주침략에 일정한 타격을주었으며,그들이 한국 독립을 염두에 두고 활동한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주어야 한다.

이용원기자
2000-05-22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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