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사민당 간부 강연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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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0-05-05 00:00
입력 2000-05-05 00:00
독일 사민당의 볼프강 베게 국제부 부부장을 4일 여의도 당사로 초청,독일정당제도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서영훈(徐英勳) 대표를 비롯한 당직자들과사무처 요원 100여명이 자리를 함께 했다.
베게 부부장 초청강연은 4·13 총선 전 여야 협상과정에서 불발된 민주당의정치개혁 구상을 16대 국회에서 다시금 펼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1인2표제,중선거구제를 3대 축으로 선거법을 다시 짜겠다는 복안인 것이다.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의 ‘교과서’인 독일의 선거제도를살핌으로써 선거법 개정을 향한 시동(始動)을 건 셈이다.
베게 부부장의 강연은 한·독 두나라의 정치상황이 흡사하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우선 정권교체다.독일은 지난 98년 총선에서 16년만에 사민당이 기민당을누르고 정권이 교체됐다.그러나 당시 어느 당도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다.때문에 현재 독일은 사민당과 제3당인 녹색당이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다.통일 이후 동·서독 주민간의갈등이 심각한 점도 우리의 정치문화와 엇비슷한 색깔을 지닌다.
베게 부부장은 이날 강연에서 독일의 통일과정과 정당구조,투표 방식 등을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했다.그는 “1인2표제에서 중요한 것은 정당명부에던지는 제2표로,이 득표비율에 따라 연방의회의 정당의석수가 결정된다”고밝혔다.즉,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확정한 다음 지역구 당선의원을 먼저채워넣고 나머지를 정당명부의 순서에 따라 충원한다는 것이다. 베게 부부장은 “1인2표제는 마음에 드는 지역구 후보와 정당을 유권자들이 나눠 선택할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망국병인 지역대결구도를 깨려면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와 1인2표제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입장이다.서 대표는 베게 부부장 강연에 앞서“15대 국회에서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추진했던 1인2표제와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등은 16대 국회에서 반드시 소신을 갖고 관철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선거법 개정의지를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특히 이같은 정치개혁의 적기(適期)를 여야간에 이해득실을떠나좀더 먼 장래를 생각할 수 있는 올해로 보고 있다.당리당략으로 일그러진 기형의 선거법을 매번 재생산해 왔던 ‘전철’은 결국 선거를 코 앞에 둔 상태에서 선거법을 손댔기 때문이고,따라서 선거의 룰을 미리 정해 놓고 선거 직전에는 선거구만 획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인 것이다.
민주당은 지난 2일 한나라당과의 3역회담 합의에 따라 16대 개원국회에서정치개혁특위를 구성,여야간 심도있는 논의를 거쳐 가급적 9월 정기국회에서선거법 등을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베게 부부장은 지난 80년대 초부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두터운 친분을쌓아 온 빌리 브란트 전 독일 총리의 비서출신으로, 한화갑(韓和甲) 지도위원의 초청으로 이뤄졌다.
진경호기자 jade@
2000-05-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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